2024년 3월 24일 일요일

귀마방우歸馬放牛 - 말을 돌려보내고 소를 풀어 놓다,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시대가 오다

귀마방우歸馬放牛 - 말을 돌려보내고 소를 풀어 놓다,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시대가 오다

귀마방우(歸馬放牛) - 말을 돌려보내고 소를 풀어 놓다,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시대가 오다

돌아갈 귀(止/14) 말 마(馬/0) 놓을 방(攵/4) 소 우(牛/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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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미화할 일은 없다. 전쟁은 모든 악의 어머니라든가 지옥의 귀신이라는 경고의 말이 섬뜩한데 철권의 독재자라도 좋아서 일으킬 리는 없다. 전쟁이 나면 일상은 없이 휩쓸리고 군인은 싸움에서 죽고, 백성들은 남부여대하다 목숨을 잃거나 살아도 고생이다. 이러니 싸움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온 지도자가 우러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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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팔아 농사짓게 하는 賣劍買牛(매검매우)나 송아지를 사게 한 賣刀買犢(매도매독)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세상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전쟁에 동원했던 말을 돌려보내고(歸馬) 소를 풀어 놓는다(放牛)는 말도 같은 뜻인데 역사는 아득하다. 중국 고대 周(주)나라의 武王(무왕)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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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상)이라고도 하는 殷(은)나라의 마지막 왕 紂王(주왕)은 酒池肉林(주지육림)에 가혹한 炮烙之刑(포락지형, 炮는 통째로구울 포)을 일삼는 폭군의 대명사였다. 민심이 이반한 틈을 타 군사를 일으킨 무왕은 천명을 거스른 주왕을 토벌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교외인 牧野(목야)에서 결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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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도 70만의 대병력으로 맞섰지만 폭정에 시달리던 은나라 군대는 창을 거꾸로 들고 자기편 병사를 공격하여 자멸했다. 이 전투의 참상이 강에 피가 흥건하고 방패가 둥둥 떠다녔다고 血流漂杵(혈류표저)라는 표현으로 남았다. 주왕은 녹대로 도망쳤다가 자살하고 무왕이 주나라를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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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은 동생 周公(주공)과 스승 太公望(태공망)의 도움으로 민심을 수습하고 나라의 기틀을 닦았다. 가장 오래된 夏殷周(하은주)의 고대 기록을 담은 책 ‘書經(서경)’은 尙書(상서)라고도 하는데 武成(무성)편에 이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무왕이 주왕을 멸하고 돌아와 먼저 시행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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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감축하고 글을 닦았으며(偃武修文/ 언무수문), 말을 화산의 남쪽 기슭으로 돌려보내고(歸馬于華山之陽/ 귀마우화산지양), 소는 도림의 들판에 풀어놓았다(放牛于桃林之野/ 방우우도림지야).’ 쓰러질 偃(언)은 ‘그치다, 쉬다’의 뜻. 전쟁에 동원했던 말과 소를 돌려보내 농사를 짓게 하는 한편 평화로운 생활을 다짐한 것이다. 도림의 들로 풀렸다고 소는 桃林處士(도림처사)란 다른 이름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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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의 학정에 시달린 백성들은 전쟁이 지긋지긋했고 무왕이 쫓아내 평온을 되찾았다. 모두들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원하지만 그것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전쟁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전쟁을 겁내지 않는 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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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지키려는 安保(안보)의 다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가장 평화스러울 때 흐트러지기 쉬운 법이다. 내 한 몸 편안하려고 군대를 기피하고, 국방비를 아깝다고 다른 곳에 돌려 흥청망청하다간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마음이 해이하여 평화로울 때 적이 호시탐탐한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