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8일 월요일

호추부두戶樞不蠹 - 문지도리는 좀먹지 않는다. 

호추부두戶樞不蠹 - 문지도리는 좀먹지 않는다. 

호추부두(戶樞不蠹) - 문지도리는 좀먹지 않는다.\xa0

집 호(戶) 지도리 추(木/11) 아닐 불, 부(一/3) 좀 두(虫/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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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닫게 하는 돌쩌귀와 둥근 쇠촉 문장부 등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 지도리다.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가 돌쩌귀다. 출입할 때마다 문은 가만있어도 문짝을 여닫는 축 역할을 하는 지도리가 끊임없이 움직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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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문의 지도리(戶樞)에는 좀이 슬 새가 없이(不蠹) 오래 될수록 반짝이기만 한다. 그래서 이 성어는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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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리 樞(추)가 들어가는 말 중에서 樞機(추기)는 가장 중요한 부분, 또는 요직을 의미하고 樞機卿(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성직이다. 좀을 뜻하는 어려운 글자 蠹(두)는 독서하는 사람, 책벌레를 가리키는 蠹書蟲(두서충) 외에는 별로 좋은 말이 없다.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五蠹(오두)가 유명한데 여기서도 五賊(오적)과 같이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하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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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流水不腐(유수불부)와 함께 대구를 이뤄 사용하는 명언 성어이기도 하다. 한 글자라도 고칠 것이 있으면 천금을 준다고 상금을 내걸 정도로 정확성을 자부했던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나온다. 정치가이자 대상인이었던 呂不韋(여불위)가 3000명이나 되는 문객들의 지혜를 빌어 편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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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盡數(진수)편에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도리에 좀이 슬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움직이기 때문이다(流水不腐 戶樞不蠹 動也/ 유수불부 호추부두 동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어서 움직임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뒤따른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이 흐르지 못하고 정이 흐르지 못하면 기가 막혀버린다(形不動則精不流 精不流則氣鬱 /형부동즉정불류 정불류즉기울).’ 鬱은 답답할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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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轉石不生苔(전석불생태, 苔는 이끼 태)라는 말도 있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잘 돌아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되겠지 하며 안주하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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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 성어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단련하며 노동할 것을 권장한다. 마음을 닦는 데는 고요히 진정할 필요가 있지만 신체를 단련하는 데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외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