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족괘치何足掛齒 - 어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말할 가치가 없는 사소한 일
하족괘치(何足掛齒) - 어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말할 가치가 없는 사소한 일
\xa0
어찌 하(亻/5) 발 족(足/0) 걸 괘(扌/8) 이 치(齒/0)
\xa0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순식간에 번지니 말을 조심하라는 서양 격언이다. 바위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듯이 말을 잘 하면 口若懸河(구약현하)라고 칭찬하면서도,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며 口禍之門(구화지문)을 경계했다.
\xa0
그런데 말해야 할 때 가만 있고, 가만히 있어야 할 때 말한다면 그것 또한 눈총 받는다. 입이 무겁다는 것이 칭찬일 수 있어도 진실을 두고 침묵을 지킨다면 萬馬齊瘖(만마제음, 瘖은 벙어리 음), 만 마리 말이 벙어리가 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xa0
말을 할 자리가 아닌데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있다. 역시 이럴 때는 침묵이 제일인데 꼭 말해야 한다면 어찌 족히(何足) 말을 할 필요(掛齒)가 있겠는가 하며 물러서는 것도 방법이다. 말을 꺼낼 가치가 없는 사소한 일이라는 뜻도 된다.
\xa0
이 성어가 처음 유래한 것은 중국 秦(진)나라의 始皇帝(시황제)를 이어 받은 2세 황제 胡亥(호해)의 어전회의에서다. 아무리 어리석고 통일왕국을 망하게 했더라도 막강 권력의 황제 앞이니 바른 말이 나오기 어렵다. 언변과 문학에 뛰어난 박사 叔孫通(숙손통)이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xa0
호해가 왕위에 오르고부터 나라가 어지러워져 각지에서 군웅들이 궐기했다. 농민들을 이끌던 陳勝(진승)이 반란을 일으켜 張楚(장초)를 세웠다. 학정에 시달리던 여러 지역에서 호응하여 조정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을 떨쳤다. 다급해진 호해가 박사들과 여러 유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구동성 반역이라며 토벌해야 한다고 했다.
\xa0
황제가 크게 노한 얼굴이 되자 숙손통이 나섰다. 나라가 통일되고 법령이 갖춰져 있으니 모반이 아니라며 말한다. ‘이들은 쥐나 개와 같은 좀도둑일 뿐 그것을 입에 담아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此特群盜鼠竊狗盜耳 何足置之齒牙閒/ 차특군도서절구도이 하족치지치아한).’ 치아 사이에 넣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은 의논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鼠竊狗偸(서절구투)란 성어도 여기에서 나왔다. ‘史記(사기)’ 劉敬叔孫通(유경숙손통)에 실려 있다.
\xa0
숙손통은 위기를 넘겼지만 황제의 심기만 살피고 바른 간언을 못해 진나라는 망했다. ‘말이란 탁 해 다르고 툭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데 따라 아주 다르게 들린다. 잘못을 보고도 바로잡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 그 때는 금이 아니다. 조직의 장에 맞서는 것이 어려울 때는 우회를 하더라도 바로잡을 지혜를 발휘해야 발전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