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창명소저彰明昭著 - 매우 뚜렷하다, 아주 명백한 사실 

창명소저彰明昭著 - 매우 뚜렷하다, 아주 명백한 사실 

창명소저(彰明昭著) - 매우 뚜렷하다, 아주 명백한 사실\xa0

드러날 창(彡/11) 밝을 명(日/4) 밝을 소(日/5) 나타날 저(艹/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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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은 明白(명백)하다고 하고 더 강조한 첩어로 明明白白(명명백백)하다고 한다. 이 쉬운 표현보다 더 자주 쓰는 말은 밝기가 마치 불을 보듯 뻔하다는 明若觀火(명약관화)란 성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밝다는 뜻이 겹겹이 들어 있는 밝게 드러나고(彰明) 또 밝게 나타난다(昭著)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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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사의 모범이라는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는 약간 달리 彰明較著(창명교저)로 나오는데 가장 많이 읽히는 列傳(열전)에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앞에 등장하는 伯夷(백이) 열전에서 명백하게 옳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던 사실에 울분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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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성인으로 잘 알려진 伯夷叔齊(백이숙제)는 고대 殷(은)나라 제후국인 孤竹國(고죽국)의 왕자였다. 그들은 부왕의 사후 서로 후계를 사양하다가 모두 나라를 떠났다. 그 무렵 이들 형제는 周(주)나라 武王(무왕)이 폭군 紂王(주왕)을 몰아내는 것은 仁義(인의)에 위배된다며 나라의 곡식을 거부하고 首陽山(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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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말하길 ‘하늘의 도는 편애함이 없고 항상 선인을 돕는다(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고 했다. 백이숙제는 참된 선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죽도록 방치하니 옳은 말인가 사마천이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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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淵(안연)은 孔子(공자)가 배우기를 좋아했다며 70명 중에서도 가장 아끼던 제자였다. 하지만 안연은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여 쌀겨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떴다. 30세나 아래인 애제자가 죽자 공자는 통곡을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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魯(노)나라의 악명 높은 도둑 盜跖(도척)은 9천여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며 살인과 강도 등 흉포한 짓을 일삼았지만 천수를 누렸다. 이러한 사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명백히 드러난 사례(此其尤大 彰明較著也/ 차기우대 창명교저야)라며 사마천은 다시 울부짖는다. ‘하늘의 도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所謂天道 是邪非邪/ 소위천도 시야비야)?’ 간사할 邪(사)는 ‘그런가 야‘의 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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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마천이 다른 편보다 훨씬 길게 自書(자서)를 피력한 것은 匈奴(흉노)의 포위 속에서 부득이하게 투항했던 李陵(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武帝(무제)에게 宮刑(궁형)을 당했던 억울함도 있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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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불의한 일들이 오랫동안 감춰지거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니 분통 터지는 사람이 있겠다. 그렇더라도 老子(노자)의 말대로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 보자. ‘하늘의 그물은 넓디넓게 펼쳐져 성긴 듯 보이지만, 그 무엇도 놓치는 일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