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모도원日暮途遠 -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일모도원(日暮途遠) -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날 일(日/0) 저물 모(日/11) 길 도(辶/7) 멀 원(辶/10)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오는데(日暮) 갈 길이 멀다면(途遠) 조바심이 난다. 이 말이 쓰이는 데는 다양하다. 할 일은 많은데 마감은 다가오고 시간이 없어 쩔쩔맨다. 사업 계획은 세워 놓고 독촉 받는 실무자들도 똑 같다. 나이가 들어 살아갈 날이 얼마 없는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이룬 것은 별로 없는 노인이 이런 기분이다. 고사성어의 보고 ‘史記(사기)’에 나온다. 순리를 어기고 거꾸로 행했다는 倒行逆施(도행역시)의 유명한 말과 함께 복수의 화신 伍子胥(오자서) 열전이 출처다.
오자서는 楚(초)나라 平王(평왕) 밑에서 태자의 사부인 부친을 모시고 형과 함께 지냈다. 간신 費無忌(비무기)의 모함을 받고 부친은 옥에 갇히고 태자는 망명했다. 후환이 두려운 비무기는 음모를 꾸며 오자서 형제에게 자진 출두하면 부친을 살려 주겠다고 했다. 자수한 형과 함께 부친은 죽음을 당했고 오자서는 복수를 기약하며 宋(송)나라를 거쳐 吳(오)나라로 피신했다. 세월이 흘러 5년, 평왕이 죽고 더욱 권세를 떨치던 비무기도 내분의 와중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不俱戴天(불구대천)의 두 사람을 노리던 오자서는 오나라 闔閭(합려)가 왕위를 차지하자 그를 도와 초나라 정벌에 나섰다. 수도를 함락시킨 뒤 원수를 찾았으나 이미 죽은 뒤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뼈를 들춘 뒤 시체에 300대의 매질을 가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옛날 친구 申包胥(신포서)가 편지를 써서 너무 잔인한 복수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오자서는 ‘해는 지고 갈 길은 먼데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오일모도원 고도행이역시지)’라고 변명했다.
오자서의 집념은 사후에도 계속된다. 합려가 죽고 실권을 잡은 그 아들 夫差(부차)가 모함에 빠져 오자서에 자결을 명했다. 오자서는 망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눈알을 도려내 성문에 걸어달라고 당부하고는 자결했고 오나라는 과연 그의 말대로 패망했다. 司馬遷(사마천)은 고초를 이겨 공명을 이룬 대장부라고 의외로 그를 높이 평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