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 토요일

호랑지국 虎狼之國 - 범과 이리 같은 포학한 나라

호랑지국 虎狼之國 - 범과 이리 같은 포학한 나라

호랑지국 (虎狼之國) - 범과 이리 같은 포학한 나라

범 호(虍/2) 이리 랑(犭/7) 갈 지(丿/3) 나라 국(囗/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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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獸(백수)의 왕이라는 범은 호랑이라는 말이 나왔듯 이리와 함께 사납고, 저보다 약한 짐승들을 떨게 하는 존재였다. 우리나라에선 檀君神話(단군신화)나 전래동화에 등장하여 친근감도 주지만 호랑이가 나오는 성어들은 모두 무섭고 강한 의미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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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호랑이와 이리(虎狼)와 같다고 비유된 나라라면 주변국들은 진절머리 나겠다. 바로 중국을 통일하기 전 강대국이었던 秦(진)나라를 두고 이웃 6국은 망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해 이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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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秋時代(춘추시대) 다음에 이어진 약 200년간의 戰國時代(전국시대)는 진나라와 楚燕齊韓魏趙(초연제한위조)의 6국을 합쳐 七雄(칠웅)으로 압축됐다. 가장 강하고 포악한 진나라와 연합하기도 하고 6국이 힘을 합쳐 대항하기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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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6국이 횡적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 張儀(장의)의 連衡(연횡, 衡은 橫과 통용)이고, 진을 제외하고 6국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 蘇秦(소진)의 合從(합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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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 懷王(회왕) 때 진나라가 제를 침략하려 했다. 진의 惠王(혜왕)은 초와 진, 두 나라가 연합할까 걱정돼 장의를 보내 땅을 떼어주겠다고 회유했다. 땅이 욕심난 회왕은 제와 우호관계를 끊고 진에 사신을 보내 땅을 받아오게 했지만 장의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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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회왕은 펄펄 뛰었지만 제나라와도 사이가 틀어져 속수무책이었다. 진나라가 昭王(소왕)이 들어서고 초나라에 혼사를 맺자며 회동을 제의했다. 이때 도리에 밝고 문장에도 능한 정치가 屈原(굴원)이 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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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나라여서 믿을 수가 없으니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秦虎狼之國 不可信 不如毋行/ 진호랑지국 불가신 불여무행).’ 하지만 회왕은 굴원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로 갔다가 억류되어 그 곳서 죽었다. ‘史記(사기)’의 屈原賈生列傳(굴원가생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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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秦列傳(소진열전)에도 소진이 초나라에 가서 ‘무릇 진나라는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사나운 나라로서 천하를 삼키려는 마음을 품고 있으므로 천하의 원수(夫秦虎狼之國也 有呑天下之心 秦天下之仇讐也/ 부진호랑지국야 유탄천하지심 진천하지구수야)’라고 유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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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변 약소국을 괴롭힌 진나라를 욕했던 나라가 제 버릇을 남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전에 한국이 북핵에 대비한 사드(THAAD)를 성주에 배치하자 중국이 경제보복 운운하며 협박했었다.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해 상설중재재판소의 중재에 패소한 뒤에도 안하무인의 횡포를 부렸고, 필리핀이나 베트남 인근의 바다까지 중국의 영해라며 핵잠수함을 배치했었다. 세계 2대 강국(G2)이라는 중국이 덩치 값을 못하고 눈총 살 일만 하니 딱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