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천장爪甲穿掌 - 손톱이 손바닥을 뚫다, 굳게 결심을 실천하다.
조갑천장(爪甲穿掌) - 손톱이 손바닥을 뚫다, 굳게 결심을 실천하다.
손톱 조(爪/0) 갑옷 갑(田/0) 뚫을 천(穴/4) 손바닥 장(手/8)
마음먹은 대로 해나가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게 보통 사람이다. ‘난봉자식이 마음잡아야 사흘이다’란 속담은 개인이 약속을 못 지키지만 ‘조정 공론 사흘 못 간다’는 말은 나라라고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상없어도 꼭 지키리라 하는 거창한 결심은 韓信(한신)의 背水之陣(배수지진)이나 項羽(항우)의 破釜沈舟(파부침주) 등이 잘 말해 준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살아서 돌아가기를 기약하지 않아야 살 길이 생긴다는 가르침이다.
개인이라고 作心三日(작심삼일)로 단단한 마음가짐이 사흘을 넘기지 못할 일은 없다. 학문을 이룰 때까지 왼 손을 펼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가 성공한 뒤에 펴 보니 손톱(爪甲)이 길어져 손바닥을 뚫었다(穿掌)는 성어가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은 조선시대 민간에서 수집한 이야기를 윤색한 稗官(패관)문학의 결정판 ‘大東奇聞(대동기문)’에서 유래했다. 이 책은 개국 초부터 약 250년 동안의 야사와 설화, 일기, 수필 등이 광범하게 채록되어 귀중한 자료가 되어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梁淵(양연, 1485~1542)이 자기가 뜻했던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그는 조선 초기 초기 대제학을 지낸 유명한 학자 梁誠之(양성지)의 손자이기도 하다. 양연은 젊은 시절 蔭職(음직)으로 관직에 나갔으나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다가 마흔의 나이에 문과에 급제했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절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왼 손을 쥔 채 문장을 이루지 못하면 펴지 않으리라 맹세했다(握左手 不爲文章 誓不開手/ 악좌수 불위문장 서불개수)’. 일 년 남짓 지나 ‘과거에 급제한 날 그제야 손을 펼쳐 보니 손톱이 손바닥을 뚫었다(後登科日 始欲開手則 爪甲穿掌/ 후등과일 시욕개수즉 조갑천장)’고 했다.
처음에 다짐했던 결심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웠거나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변명에 불과하다. 큰일을 이룬 사람은 시작하기 전에 면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손바닥까지는 뚫지 않더라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다./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