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사충大姦似忠 – 크게 간사한 사람은 충신처럼 보인다.
대간사충(大姦似忠) – 크게 간사한 사람은 충신처럼 보인다.
큰 대(大/0) 간음할 간(女/6) 닮을 사(亻/5) 충성 충(心/4)
큰 거짓말은 진실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중 선동의 천재 히틀러는 이왕 거짓말을 하려면 큰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을 믿기보다는 큰 거짓말을 믿는다고 봤다. 진실과 유사하게 포장한 허위는 일반 대중들이 파악하기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주 간사한 사람(大姦)의 언행은 그 아첨하는 모습이 매우 교묘하여 절세의 충신과 닮은 모습(似忠)을 보인다. 악명 높은 간신일수록 그가 떵떵거렸던 시대에는 최고의 충신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와 같이 악한 속마음은 숨겨 놓고 남을 위하는 척, 충실한 척 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다.
중국 元(원)나라 때 완성된 ‘宋史(송사)’에서 비롯된 이 성어는 이런 교훈적인 뜻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행위를 중상하기 위한 뜻에서 먼저 사용돼 빛이 바랬다. 뛰어난 산문시를 남겨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어가는 宋(송)의 王安石(왕안석, 1021~1086)은 新法(신법)이란 개혁정책을 시행한 정치가이기도 했다. 송나라는 숭문정책으로 선비들을 우대했지만 이민족의 침략을 금전적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19세에 즉위한 6대 황제 神宗(신종)은 부왕 英宗(영종)을 도와 개혁을 진행해 온 왕안석을 크게 신임했다.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는 법이라 농민의 조세와 부담을 덜고 국방을 강화하며, 상인의 물품독점에 제재를 가하는 일련의 정책에 기득권을 가진 지주와 귀족관리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가진 자로부터 없는 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의 재편을 노린다는 구실이었다. 諫官(간관)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탄핵해 일면 추앙도 받던 呂誨(여회, 1014~1071)라는 사람은 왕안석이 재상에 취임하는 것부터 못마땅했다. 신법이 계속 제출되자 마침내 탄핵 상소를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아주 간사한 사람은 충신과 비슷하고, 큰 속임수는 믿음직스럽게 보인다(大姦似忠 大詐似信/ 대간사충 대사사신)’고 하면서 왕안석을 간특한 사람이라고 맹공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한다. 믿는다고 하더라도 거기엔 크나큰 허위나 속임수가 들어 있을 수가 있다. 크게 보이는 겉모습도 좋지만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