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일 목요일

삼년지애三年之艾 - 삼년간 숙성한 쑥,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삼년지애三年之艾 - 삼년간 숙성한 쑥,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

삼년지애(三年之艾) - 삼년간 숙성한 쑥,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

석 삼(一/2) 해 년(干/3) 갈 지(丿/3) 쑥 애(艹/2)

세 해 동안(三年) 자란 쑥(之艾)을 산야에서 찾을 수 있을까. 쑥은 일년생 풀이라 오래 된 쑥을 구하려면 캐 와서 기간 동안 말려야 한다. 당장 필요하다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숙성된 쑥은 구할 수 없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준비 단계부터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孟子(맹자)’에 실린 이야기다.

맹자가 하려는 이 말은 어느 효자 이야기에서 왔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병든 홀어머니를 치유하려면 3년 묵은 쑥을 다려 드리면 된다는 말을 듣고 7년 동안 헤맸으나 허탕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만약 처음 쑥을 캔 뒤 3년간 말렸으면 될 일을 헛고생만 했다.

離婁上(이루상)에는 이렇게 나온다. ‘오늘날 천하를 얻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마치 칠년 묵은 병을 고치기 위해 삼년 묵은 쑥을 구하는 경우와 같다(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 求三年之艾也/ 금지욕왕자 유칠년지병 구삼년지애야).’ 夏(하)와 商(상)의 마지막 폭군 桀(걸)과 紂(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고 백성을 잃은 것은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설명한다.

백성을 얻으려면 그 마음을 얻고 그러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해 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백성이 어진 군주에게 돌아감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은데 桀紂(걸주)는 오히려 백성을 湯王(탕왕)과 武王(무왕)에 몰아준 꼴이란 것이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긴 안목을 가지고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고전에도 이 말이 종종 인용됐다. 고려의 문호 李穡(이색, 1328~1396)은 ‘牧隱詩藁(목은시고)’에서 과거 공부는 놓은 지 오래이면서 합격하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젊은이에게 충고한다. ‘병중에 약쑥 구하기 너무 급하고, 목마른 뒤에 샘 파기 어렵고말고(病中求艾急 渴後掘泉難/ 병중구애급 갈후굴천난).’ 또 근심과 병이 잇따른 지 일곱 해라면서 읊는다. ‘종신토록 약쑥 못 구할 줄 알기에, 맹자를 읽으면서 호연지기 강구한다오(端知不蓄終身艾 爲讀鄒書講浩然/ 단지불축종신애 위독추서강호연).’ 鄒書(추서)는 맹자의 별칭.

한말의 우국지사 黃玹(황현, 1855~1910)도 ‘梅泉集(매천집)’에서 읊는다. ‘내 몸 위한 계책은 삼년 묵은 약쑥도 없는데, 나라 다스림에 어찌 오무의 뽕을 논할까(謀身尙乏三年艾 經國寧論五畝桑/ 모신상핍삼년애 경국영론오무상).’ 畝는 이랑 무, 오무상은 오무의 집 둘레에 뽕나무를 심어 미래를 대비하는 계책이다.

선거 때가 되면 나라를 위해 자신이 이러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거창한 공약을 발표한다. 떨어진 후보자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당선된 지도자도 언제 그러한 말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이런 사람에게 큰일을 이루려는 의지가 있는지, 심지어 계획이나 있었는지 의심을 사는 경우도 많다.

여와 야의 당을 떠나 머리를 맞대고 차근차근 실천해야 나라의 발전을 위한 삼년 묵은 쑥이 될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