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새용문曝鰓龍門 - 용문에서 아가미가 말라붙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다.
폭새용문(曝鰓龍門) - 용문에서 아가미가 말라붙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다.
쪼일 폭(日/15) 아가미 새(魚/9) 용 룡(龍/0) 문 문(門/0)
신령스런 동물 四靈(사령) 중에서도 으뜸인 龍(용)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龍門(용문)이란 지명은 실재한다. 물론 전설을 입힌 지명이라도 중국 문명의 발상지인 황허黃河/ 황하 상류의 협곡 사이에 있다. 폭포의 물살이 어찌나 빠르던지 하류의 잉어들이 오르려고 무수히 도전하지만 대부분 휩쓸려 내동댕이쳐진다.
간혹 운 좋은 잉어가 天神(천신)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오르기만 하면 때맞춰 치는 우레에 꼬리를 태우고 용이 된다. 잉어가 용문을 올라 용이 된 것을 登龍門(등용문)이라 한다는 것은 소개한 바 있다. 용이 되려면 天佑神助(천우신조)가 있어야 하니 용 되기가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렇게 용이 되기가 어려운 만큼 좁은 관문을 통과하여 立身(입신) 출세하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 큰 뜻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에 비유했다. 중국에서 進士試(진사시)나 우리나라서도 科擧(과거) 같은 어려운 시험의 통과를 말하게 된 계기가 있다. 後漢(후한) 말 혼란한 시기에 날뛰던 환관을 가차 없이 처벌하여 주위의 신망을 받은 李膺(이응, 110~169)이란 선비가 있었다.
경찰청장 격의 자리에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잡았으니 이응을 ‘천하의 본보기’라 부를 정도였다. 太學(태학)의 젊은 관료들은 그를 경모하여 한 번이라도 만나 인정받는 것을 용문에 오르는 영광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큰 강에서 몰려든 잉어들이 모두들 용문에 올라 영광스런 자리에 오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물살에 휩쓸리면 바위에 이마가 깨져 멍이 든다. 바로 龍門點額(용문점액)인데 큰 시험에 낙방한 것을 가리킨다. 같은 뜻으로 여러 불경에 등장하는 것이 잉어가 모래밭으로 튕겨 아가미가 말라(曝鰓) 용문에서 죽었다는 이 성어다.
목숨을 건 보살행을 거친 뒤라야 華嚴(화엄)의 경지에 오르는데 그렇지 못하면 ‘용문의 아래에서 물고기 아가미와 비늘이 말라가는(曝鰓鱗於龍門之下/ 폭새린어용문지하)’ 것과 같다고 했다. 唐(당)나라 清涼澄觀(청량징관)법사의 ‘華嚴經隨疏演義鈔(화엄경수소연의초)’에 나온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이겨내고 출세한 것을 ‘개천에서 용 난다’고 비유했다. 언론사나 잡지사에서 시행하는 新春文藝(신춘문예)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으면 문단이란 영예의 용문에 오른다. 이와 함께 선망 받는 인기 직업의 관문을 넘는 것은 용문 오르기보다 어렵다. 司試(사시)가 없어졌다 해서 고위 공무원의 문호가 넓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젊은이들이 갈 만한 직업의 문이 나날이 줄어드는 만큼 하위직 공무원 시험에도 응시자들이 구름과 같이 몰린다. 용 되기는 포기하더라도 이마에 상처 입는 사람들을 줄일 묘안을 고민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