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이문회우以文會友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회우以文會友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회우(以文會友)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써 이(人/3) 글월 문(文/0) 모일 회(曰/9) 벗 우(又/2)

글로써 또는 문학이나 학문을 통하여(以文) 벗을 모으고(會友) 함께 즐긴다는 멋진 말은 孔子(공자) 말씀에서 나왔다. 실제로는 공자의 제자 曾子(증자)가 말했다며 ‘論語(논어)’ 顔淵(안연)편의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글로써 좋은 벗을 모은다(以文會友/ 이문회우)’에는 글을 통하여 뜻이 맞는 또래(友/ 우)가 모인 자체를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벗을 만나 자신의 어진 덕성을 기른다(以友輔仁/ 이우보인)’로 이어지는 문구도 좋다.

이와 달리 논어를 공부하지 않았다 해도 제일 첫머리 學而(학이)편에 나오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겠는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란 구절은 대부분 잘 안다. 같이 수학한 벗(朋/ 붕)이 오랜만에 찾아와 학문의 깊이를 보여주면 즐겁다는 뜻이다.

여기서 벗이나 친구, 짝을 뜻하는 한자 友(우)와 朋(붕)이 달리 나왔다. 이외 伴(반), 侶(려), 匹(필) 등도 있다. 단짝으로 늘 같이 지내는 벗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짝을 나타내는 伴侶(반려)는 부부관계, 匹夫(필부)는 보통사람을 가리킬 때 많이 쓴다. 벗을 대표하는 朋友(붕우)의 두 글자를 구별하는 데는 구구한 해석이 따른다.

오른손을 나타내는 또 又(우)가 겹친 㕛(우)가 본자라 하는 友(우)는 형제나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낸 벗을, 조개 貝(패)의 변형된 글자가 나란히 된 朋(붕)은 어떤 목적 하에 모인 동료란 뜻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會友(회우)는 나이도 비슷하고 뜻이 맞는 또래를, 有朋(유붕)은 동문이나 목적을 같이 한 친구로 보았다.

朱子(주자)는 이 구절에 대해 학문을 익혀서 ‘벗을 모으면 도가 더욱 밝아지고(則道益明/ 즉도익명)’, 벗의 선을 본받아 나의 인을 도우면 ‘덕이 날로 진보할 것(則德日進/ 즉덕일진)’이라 해석한다. 조선시대 어린이 교육용 교재였던 ‘啓蒙篇(계몽편)’의 해설엔 이렇게 깨우친다.

‘벗에는 유익한 벗이 있고 또한 손해되는 벗도 있으니(友有益友 亦有損友/ 우유익우 역유손우), 벗 취하기를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없다(取友 不可不端也/ 취우 불가부단야).’ 벗 사이에 도움 되는 것을 찾고, 손익을 가리라는 이야기는 삭막한데 진정한 마음으로 교류를 이어가면 득이 돌아온다고 보면 좋겠다.

어떠한 벗이든 삼강오륜의 朋友有信(붕우유신)이나 세속오계의 交友以信(교우이신)에서 보듯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믿음을 앞세우는 붕우라 해도 朋黨(붕당)과 友黨(우당)을 보면 뜻이 확연히 갈린다. 이념과 이해에 따라 뭉친 것이 붕당이라 하면 당은 달라도 정책 등 공통점이 있으면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당이다. 그래서 붕당으로 나눠진 정당은 항상 지지고 볶는 모양이다.

이런 관계 말고 보통 삶을 유지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붕우를 구별하지 않고 두루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글이니 학문이니 하는 것으로 벗을 모은다고 했지만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품위 있는 교류를 이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덕이 아닐 수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