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견지명先見之明 -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아는 지혜
선견지명(先見之明) -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아는 지혜
먼저 선(儿/4) 볼 견(見/0) 갈 지(丿/3) 밝을 명(日/4)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면 행복할까. 모두들 그에 대비하느라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기 쉬워 큰 복은 아닐 듯싶다.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리면 항상 끝없는 기쁨과 공포가 뒤섞여 한 순간도 평화스러울 때가 없어진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그래서 지혜가 깊은 전지전능한 신도 미래의 일을 모르도록 캄캄한 밤으로 덮었다고 했다. 앞날을 알지 못하므로 설사 오늘 모든 것을 잃더라도 아직 미래가 남아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역시 모르는 것이 낫겠다.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물이 앞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알 수 있다면 일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내다보고(先見) 그에 대한 지혜(之明)를 발휘하는 것은 큰 능력이다. 이 성어는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曹操(조조)의 휘하 모사로 유명한 楊修(양수)의 일화에서 비롯된다. 양수는 폭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독서로 항상 조조의 의중을 읽어내는 데에 탁월했다. 그에 관한 성어로 닭의 갈비라는 뜻의 鷄肋(계륵)이 유명한데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점령지의 철수란 조조의 뜻을 알아챘다.
이런 양수의 재기에 조조는 크게 평가하면서도 깊은 신임은 주지 않았다. 양수가 원래 官渡(관도) 전투에서 조조에 패한 袁紹(원소)의 생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여러 번 의중을 미리 알아챈 양수를 조조는 후환이 두려워 죽여 버렸다.
양수의 부친 楊彪(양표)는 아들을 잃고 비통해하다 조조가 야윈 이유를 묻자 대답했다. ‘저는 부끄럽게도 김일제와 같이 앞을 내다보지 못해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마음뿐입니다. ’金日磾(김일제, 磾는 )는 武帝(무제)때 匈奴(흉노) 출신으로 자신의 아들이 황제에 무례하다며 죽였다. 그와 같이 못해 아들을 죽게 했다는 것이다. 范曄(범엽)이 쓴 ’後漢書(후한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미래의 일을 지각할 수 있는 예지력은 큰 능력이다. 보통 삶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너무 앞서 나간 능력은 질시와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양수의 앞을 내다본 재주도 결국 화를 입었다. 그 능력을 조화롭게 펼칠 수 있도록 주위를 설득하는 것도 큰 재주이다.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