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운부귀浮雲富貴 - 뜬구름같이 덧없는 부귀
부운부귀(浮雲富貴) - 뜬구름같이 덧없는 부귀
뜰 부(氵/7) 구름 운(雨/4) 부자 부(宀/9) 귀할 귀(貝/5)
덧없는 세상사를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에 빗대 자주 말한다. 구름이 하늘을 덮어 캄캄하게 하다가도 변화가 무쌍하여 햇볕을 쨍쨍 내보낸다. 인생 자체를 구름에 비유했으니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은 더욱 있다가도 없어지는 허망한 존재라 여길 만하다. 돈과 명예를 위해 누구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뜬구름같이 사라지는 것이 순식간일 텐데도 모두들 긁어모으지 못해 안달이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절개를 버리지 않고 평안한 마음으로 자기의 분수를 지키는 것이 安貧樂道(안빈낙도)이다. 도를 터득한 사람은 재산이 있거나 없어도 즐거워했고, 지위의 높고 낮음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이런 경지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曲肱之樂(곡굉지락, 肱은 팔뚝 굉)인데 論語(논어)의 述而(술이)편에 실려 있다. 여기에 뜬구름(浮雲)의 비유도 함께 나온다. 孔子(공자)의 말씀을 들어보자.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 삼고 누웠어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않으면서 부유함과 고귀함을 누린다면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飯疏食飲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락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여기서 食은 밥 사. 마음이 편하면 가난도 즐거운데 옳지 못한 방법으로 차지하려는 부귀를 경계했다.
비유가 적합해서인지 우리의 선인들도 곧잘 사용했다. 李穡(이색, 穡은 거둘 색)의 부친인 고려 때 학자 李穀(이곡)은 ‘稼亭集(가정집)’에서 ‘옛 친구들 몇 년 사이에 반절은 세상을 버렸나니, 뜬구름 같은 부귀야 정녕 어떻다고 해야 하리(故舊年來半凋喪 浮雲富貴定何如/ 고구년래반조상 부운부귀정하여)’라고 노래했다. 西山大師(서산대사)의 선시 중에는 ‘뜬구름 같은 부귀에 뜻을 두지 않거늘, 달팽이 뿔 같은 공명에 어찌 마음을 더럽히랴(浮雲富貴非留意 蝸角功名豈染情/ 부운부귀비유의 와각공명기염정)’이란 구절도 자주 인용된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