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금요일

◇ KB의 실험… AI에 인사 맡겼더니 인사불만이 사라졌다

◇ KB의 실험… AI에 인사 맡겼더니 인사불만이 사라졌다

◇ KB의 실험… AI에 인사 맡겼더니 인사불만이 사라졌다

KB국민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은행원 A·B·C씨는 지난 7월 초 이뤄진 올해 하반기 영업점 직원 인사 발령 결과에 “기계가 사람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1086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인사에 국민은행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인사 시스템’이 최초로 활용됐는데, AI가 사람보다 더 섬세하게 직원 및 영업점 요구를 반영해 인력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원래 금융권 인사는 조직이 크다 보니 대규모로 이뤄지느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런데 KB가 금융권 최초로 시도한 ‘AI 인사’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은행권 인사 혁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 미취학 자녀가 있는 워킹맘인 차장 A씨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영업점에서 근무하느라 육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하반기 인사 발령으로 집 주변 영업점에 배치됐다. ‘AI 인사 시스템’이 열 살 미만 자녀가 있는 여성 직원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시간이 40분을 넘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A씨는 “AI가 새로 딴 보험 관련 자격증을 고려해 원하는 직무로 배치도 해줘 매우 만족했다”고 했다.

▶ 지점장 B씨도 하반기 인사 결과에 안도했다. 작년 하반기엔 업무 경험이 많은 직원 두 명이 B씨가 맡은 지점에서 전출되고, 막 육아휴직에서 복직해 업무 공백이 있는 직원과 본사에서 온 직원이 새로 배치돼 한동안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B씨는 “이번엔 AI가 업무 경력과 직무를 고려해 기업 금융 담당자 등을 배치해줘 도움이 됐다”고 했다.

▶ 20년 차 팀장 C씨는 “그동안은 아무래도 사람이 인사를 하다 보니 청탁이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불안감을 접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AI 인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공정성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고 했다.

이들뿐 아니라 국민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AI 인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예전엔 인사 담당 직원이 주소만 보고 배치하다 보니 집에서 먼 영업점에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나왔지만,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계산된 출퇴근 거리를 바탕으로 영업점을 골라주기 때문에 오류가 크게 줄었다. 직원들의 능력치도 영업점별로 고르게 분배돼 지점장들의 불만도 감소했다. 인사 업무 관계자는 “인사 발령 후 불만을 제기하는 전화가 많이 오곤 하는데 이번엔 한 통도 오지 않아 놀랐다”고 했다.

▶30개 규칙 적용해 1분 만에 배치

국민은행의 ‘AI 인사 시스템’은 네 단계를 거쳐 작동한다. 먼저 인사 담당 직원들이 전국 900여개 영업점의 인력 수요와 직원의 직무 경력·자격 사항·거주지 등 정보를 입력한다. 그 후 AI가 직원을 배치할 때 쓸 30여개의 규칙을 설정한다. ‘거주지에서 영업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내’, ‘영업점마다 고령 직원 균등 배치’, ‘특정 직무 직원이 쏠리지 않게 균형 배치’ ‘핵심 인력이 한꺼번에 전출되지 않도록 배치’ 등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사람의 능력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점포에 배치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AI 인사를 통해 인사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갔다”고 했다.

직원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국민은행은 계속해서 AI 인사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인사에는 전국 900여명의 지점장 인사에도 AI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