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녀宮女 2편
■ 궁녀(宮女) 2편
궁녀의 선출 방법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10세 전후에 애기나인으로 궁에 들어왔다. 왕과 왕비의 시중을 담당하는 지밀의 경우에는 4∼8세에 입궁했으며, 의복을 짓고 수를 놓는 침방과 수방도 상대적으로 입궁 시기가 빨라 6세에 궁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궁에 처음 들어온 애기나인은 궁중 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받은 뒤 18세 정도가 되면 정식 나인이 되었다. 나인이 된 뒤에는 15년이 지나야 상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만약 왕의 승은을 입게 되면 그 기한을 채우지 않고도 상궁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런 궁녀를 승은상궁(承恩尙宮)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다른 업무는 하지 않고 왕의 시중만 담당했다. 그리고 이들은 왕의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궁관인 상궁에 머물러 있지만, 아이를 낳은 뒤에는 내관인 종4품 숙원(淑媛) 이상으로 봉해지는 것이 상례였다.
궁녀는 입궁시기와 소속부서에 따라서 격이 달라진다. 그들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궁녀의 업무는 지밀(至密), 침방(針房), 수방(繡房), 소주방(燒廚房), 생과방(生果房), 세답방(洗踏房), 세수간(洗水間) 등으로 구분된다. 왕과 왕비의 시중을 담당하던 몸종격인 지밀(至密)의 지위가 가장 높았다. 지밀(至密)은 ‘매우 은밀하고 비밀스럽다’ 는 뜻으로 임금이 거처하던 대전(大殿)이나 왕비의 내전(內殿)을 가리키는 말이다. 침방과 수방은 궁궐에서 쓰이는 의복을 만들고 수를 놓았으며, 소주방은 음식을 담당하는 수라간으로 궁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왕의 건강이 나빠지거나 배탈이 나기라도 하면 수라간 궁녀들은 그 책임이 막중했다. 생과방은 음료와 과자 등을 만들었으며, 세답방은 빨래와 염색, 다리미 등 옷의 손질을 담당했다. 세수간은 세숫물과 목욕물, 타구(唾具:침뱉는 그릇)와 변기 등을 담당했다. 일반 개인 가정으로 비교해보면, 지밀나인은 몸종이고, 침방·수방나인은 침모(針母), 소주방과 생과방은 식모인 셈이다. 세수간이나 세답방을 담당하는 궁녀들이 가장 하급인 무수리이다.
궁녀는 입궁 후 15년이 되면 정식 나인이 되었다. 남색 치마에 옥색 저고리, 머리에는 개구리첩지를 단 제복이 일생 동안 그들의 유니폼인 셈이다. 나인이 된 뒤 다시 15년이 경과되면 상궁으로 승격했으므로, 가장 빠른 4∼5세 입궁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 35세 이후라야 상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대의 상궁도 있을 수 있는데, 임금의 승은을 입어 상궁으로 봉해진 승은상궁이다. 나인 출신이므로 당연히 상궁들 중에서 나이가 어리다. 그러나 신분은 상궁임에도 복식은 상궁의 복장이 아닌 후궁의 복장을 입게 된다. 다른 상궁과는 달리 승은상궁은 왕의 승은을 입는 그날 바로 상궁이 되는 특별상궁이다.
임금의 승은을 입은 터라 다른 상궁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일단 승은을 입게 되면 나인 시절 부여되었던 모든 직무에서 벗어나게 되나, 한번 승은을 입고는 왕이 다시 찾지 않아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상궁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은상궁은 왕의 아기를 갖게 되는데, 이들이 왕의 아기를 가진다면 내명부 종4품 숙원(淑媛)의 후궁이 될 수 있었다. 대표적 일례로 숙종의 아들인 경종을 낳은 희빈 장씨와 숙종의 아들인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 등이 있다.
-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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