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 토요일

도량형 2편

■ 도량형 2편

■ 도량형 2편

그럼 미터법이 사용되기 전에는 어떻게 거리와 길이를 재고 표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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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 단위는 약 3000년 전 중국의 주(周)나라에서 사용한 주척(周尺)이다. 1주척은 20㎝ 정도 된다고 한다. 그 후 중국 한나라 때 한척(1한척 : 약 23.7㎝)이라는 단위가 만들어졌고, 당나라에서는 당대척(1당대척 : 약 29.7㎝)을 만들어 길이를 재는 데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삼국 시대부터 나름의 도량형을 만들어 사용했다. 고구려는 한나라에서 사용하던 한척 대신 35.6㎝를 1척의 단위로 사용하였는데 이를 고구려척이라 부른다. 신라에서는 중국의 주척을 가져와 그대로 사용하다가, 통일신라부터는 주로 당대척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에도 주척과 당대척을 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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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단위를 사용하다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단위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시대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신하 박연이 그 주인공이다. 박연은 기장이라는 곡물 중 크기가 중간 정도의 것을 골라 100알을 나란히 놓은 길이를 1척(황종척)으로 정했다. 1척의 길이는 대략 34.48㎝ 정도이다. 그리고 10척은 1장, 척을 10등분 한 것은 1촌, 1촌을 10등분 한 길이는 1분이라 정했다. 이후 이 황종척을 기준으로 관청 건물이나 배나 수레를 만들 때 사용한 영조척,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그릇(예기)을 만들 때 적용한 예기척, 옷감을 사고 팔거나 옷을 만들 때 사용된 포백척 등 여러 가지 척이 쓰임새에 따라 만들어져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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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은 우리말로 촌을 치라고도 부르고, 척은 자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8~10자 정도로 되는 길이를 1길이라고 불렀다. 우리 속담 중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길이 바로 길이를 표현하는 길이다. 또 ‘세치 혀’라는 말도 있다. 부피를 측정할 때는 홉(合)·되(升)·말(斗)·섬(石)이라는 단위를 사용했고, 무게를 잴 때에는 관·근·량·돈 4개의 단위를 사용했다. 이렇게 길이, 부피, 무게를 재는 도량형은 세금을 매기고 걷거나, 물건을 사고 팔 때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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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탐관오리들은 이 도량형을 마음대로 바꾸어 백성의 곡식과 돈을 마구 빼앗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서 정한 도량형을 사용하도록 하고, 지키지 않으면 무거운 벌을 내렸다. 조선 시대에 임금은 암행어사를 임명할 때, 마패와 함께 유척(鍮尺)이라고 부르는 놋쇠로 된 자 2개를 주었다. 유척은 마을 사또들이 도량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거나 세금을 걷을 때 도량형을 함부로 바꾸지 않았는지 단속하는 데 썼다. 또 죄인을 매질하는 기구의 크기를 재는 데도 유척을 사용했다. 탐관오리들이 법에서 정한 것보다 더 큰 매를 만들어 백성들을 가혹하게 매질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유척은 도량형을 측정하던 도량형기인 동시에 백성을 보살피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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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