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패기마碁敗寄馬 - 바둑에 져서 말을 맡기다.
기패기마(碁敗寄馬) - 바둑에 져서 말을 맡기다.
바둑 기(石-8) 패할 패(攵-7) 부칠 기(宀-8) 말 마(馬-0)
바둑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하게 전하는 문헌은 없어도 중국 고대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은 많다. 堯(요)임금이 아들 丹朱(단주)를, 舜(순)임금이 아들 商均(상균)을 가르치기 위해 바둑을 이용했다고 전한다. 바둑은 두는 것 못지않게 관전하는 재미도 넘쳐 신선들의 대국을 구경하던 나무꾼이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빠져 있다 정신 차려보니 아득히 세월이 지났더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내기 바둑에 져서(碁敗) 말을 맡긴다(寄馬)는 이 성어는 조선시대 야담집 "五百年奇譚(오백년기담)"에 나온다고 하는데 "한국고사성어"(임종대 편저)에 잘 정리돼 있다. 바둑의 고수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일부러 져준다는 이야기에서 아득한 고수의 작전이나 작전상 후퇴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장기에서 수가 차·포를 더한 것과 같이 높다는 手加車包(수가차포)란 말과 통한다.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세조의 아들 德源君(덕원군)은 잡기도 능해 바둑 두기를 좋아했다. 실력이 뛰어나서 주위에는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한 군졸이 찾아 와서 한 수 가르쳐주십사하며 도전해 왔다. 덕원군이 허락하자 군졸이 한 수 더 뜬다. 그냥 두면 바둑이 재미가 없으니 내기를 하자고 하며 자기가 지면 끌고 온 말을 드리겠다고 한다. 덕원군이 맹랑하다고 생각하며 그러라고 했다. 시종 팽팽하던 대국의 결과, 덕원군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재미있게 시간 보냈으니 내기를 지킬 필요 없다고 해도 군졸은 약속대로 드리겠다고 하며 말을 두고 떠났다.
군졸이 번을 서고 석 달 뒤에 다시 덕원군을 찾아 와 이번에도 말을 걸고 바둑을 두자고 제의했다. 반갑게 마주 앉으며 바둑을 두던 덕원군은 초반부터 이전과 다른 군졸의 실력에 쩔쩔 매다가 패하고 말았다. 말을 되돌려주며 지난번에는 어찌하여 졌느냐고 물으니 말을 재우고 먹일 방법이 없어서 맡겨두기 위해 그랬다고 대답했다. 덕원군이 껄껄 웃으며 군졸의 기지와 기력에 감탄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