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일 화요일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흔들 요(扌/10) 입술 순(肉/7) 북 고(鼓/0) 혀 설(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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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입이 화근이라 口禍之門(구화지문)이란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말을 잘 하는 사람의 말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다며 口若懸河(구약현하)라고 넋을 잃는다. 이런 사람은 드물기도 하고, 아무래도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려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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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움직거리고(搖脣) 혀를 찬다(鼓舌)는 이 말도 말솜씨를 자랑하며 유세하거나 선동하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뜻한다. 말 잘 하는 것을 비하하는 이 말이 천하의 도적 盜跖(도척, 跖은 발바닥 척)의 입으로 孔子(공자)를 꾸짖는데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비슷한 말로 巧舌如簧(교설여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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盜蹠(도척, 蹠은 밟을 척)이라고도 쓰는 도척은 春秋時代(춘추시대)때 무리 9000여 명을 이끌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노략질을 일삼은 불한당이었다. 魯(노)나라에서 대부를 지낸 훌륭한 인격자 柳下惠(유하혜)의 망나니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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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친구이기도 한 유하혜는 어질고 덕이 있어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도 음란하지 않았다는 坐懷不亂(좌회불란) 고사의 주인공이다. 공자는 동생을 가르치지 못한 유하혜를 비난하며 자신이 직접 만나 사람을 만들겠다고 했다. 포악한 동생에 봉변당할까 유하혜가 만류했지만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도척이 머물던 太山(태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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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척의 부하에게 만나러 왔다고 전하자 공자를 향해 대뜸 화부터 낸다. 수다스럽게 허튼소리나 지껄이며, 농사짓지도 않고 밥을 먹으며, 옷감을 짜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입술을 나불대고 혀를 놀려, 제멋대로 시비를 갈라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케 한다(多辭繆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다사무설 불경이식 부직이의 요순고설 천생시비 이미천하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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繆는 얽을 무, 擅은 멋대로할 천. 이런 죄가 막중하니 당장 사라지라고 호통 치는 바람에 혼비백산 공자는 물러났다. ‘莊子(장자)’의 雜篇(잡편) 도척편에 실린 이 이야기는 유가에 대한 장자의 인식을 잘 나타낸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