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월요일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 목말라도 도천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 목말라도 도천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 목말라도 도천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

목마를 갈(氵/9) 아닐 불(一/3) 마실 음(食/4) 도둑 도(皿/7) 샘 천(水/5) 물 수(水/0)

사람은 죽어도 이름은 남는다. 이름을 훔치는 것은 돈을 훔치는 것과 같다. 이름을 중요시한 동서양의 금언이다. 사람의 이름도 중요하지만 사물의 이름을 바로 짓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 孔子(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바로잡는(正名/ 정명) 일을 우선하겠다고 답했다. 각종 불의를 자행하면서도 이름엔 태연히 정의를 갖다 붙이는 당시 세태를 빗대 말했다.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이름에 나쁜 의미가 들어 있으면 그것을 피했다는 것이 도둑의 샘이란 우물은 목말라도 마시지 않는다는 이 성어다. 제아무리 괴롭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도 부정과 불의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처신에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기에도 물론 공자가 수제자인 효자 曾子(증자)와 함께 등장한다. 戰國策(전국책)을 쓴 前漢(전한)의 劉向(유향)이 고대부터 내려온 온갖 지혜와 고사를 모은 설화집 ‘說苑(설원)’ 談叢(담총)편에 실려 있다. ‘하루는 증자가 승모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둡고 배도 고팠지만 머물지 않고 발길을 재촉했다.

공자가 도천이라는 샘을 지나칠 때 몹시 갈증이 났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 곳을 떠났다. 모두 그 이름을 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邑名勝母 曾子不入 水名盜泉 孔子不飲 醜其聲也/ 읍명승모 증자불입 수명도천 공자불음 추기성야).’ 도둑의 샘물이란 뜻을 지닌 도천의 물을 마시는 것은 군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를 이긴다는 승모라는 마을에서 유숙한다는 것은 효자인 증자에겐 어머니에 대한 불경이요 불효였다.

秦漢(진한)이후 중국의 대표적인 시문을 모은 ‘文選(문선)’에는 晉(진)나라의 시인 陸機(육기, 261~303)의 시 猛虎行(맹호행)을 소개한다. 선비가 바르게 살아가자면 여러 가지 난관이 많음을 설명하면서 자세를 흩뜨리지 말 것을 권한 글이다. 첫 머리에 이 말이 나온다. ‘목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으며, 더워도 악목의 그늘에서 쉬지 않노라. 악목인들 어찌 그늘이 없겠나마는 뜻있는 선비에게는 고심이 많구나(渴不飮盜泉水 熱不息惡木陰 惡木豈無枝 志士多古心/ 갈불음도천수 열불식악목음 악목개무지 지사다고심).’ \xa0/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