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홍곡燕雀鴻鵠 – 제비 참새와 기러기 고니. 소견 좁은 사람이 큰 뜻 품은 사람을 알랴?제비 연灬/12 참새 작隹/3 기러기 홍鳥/6 고니 곡鳥/7
연작홍곡(燕雀鴻鵠) – 제비 참새와 기러기 고니. 소견 좁은 사람이 큰 뜻 품은 사람을 알랴?제비 연(灬/12) 참새 작(隹/3) 기러기 홍(鳥/6) 고니 곡(鳥/7)
제비와 참새를 아울러 燕雀(연작)이라 이른다. 이들 새는 해충을 잡아먹고, 처마에 집을 지으면 행운이 온다고 吉鳥(길조)로 여겨진다. 하지만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어리석고 도량이 좁은 사람에 종종 비유된다. 처마에 불이 붙어도 위험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燕雀處堂(연작처당), 燕雀不知禍(연작부지화)라는 말이 나왔다.
큰 기러기와 고니라는 키가 우뚝한 새를 합쳐 鴻鵠(홍곡)이라 부르고 포부가 원대하고 큰 인물을 가리켰다. 네 종류의 새를 합쳐 만든 성어는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燕雀安知鴻鵠之志/ 연작안지홍곡지지)’란 말을 줄여 한 말이다.
소견이 좁은 사람은 뜻이 큰 사람이나 그릇이 큰 사람의 야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의 이 말은 때로는 자신의 진심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 자탄하는 말로도 쓰인다. 여기서 큰 기러기와 고니를 자처한 사람은 陳勝(진승)이다.\xa0그는 秦始皇(진시황)이 죽은 뒤 실정으로 농민 봉기가 일어났을 때 吳廣(오광)과 함께 최초의 지도자였다. 진승이 젊어서 날품팔이를 할 때도 틈만 나면 난세를 탄식하며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다.
하루는 품팔이로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을 때 함께 고생하던 동료들에게 말했다. ‘장래 부귀한 몸이 되더라도 서로 잊지 않도록 하자(茍富貴 無相忘/ 구부귀 무상망).’ 이 말을 들은 농사꾼들은 날품팔이 주제에 어떻게 부귀하게 되겠는가 하며 잠꼬대 그만 하라고 윽박질렀다. 진승은 이 말을 듣고 탄식했다.
‘아,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큰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嗟乎 燕雀安知鴻鵠之志哉/ 차호 연작안지홍곡지지재)?’ 嗟는 탄식할 차. 진승은 큰소리친 대로 장성의 경비에 뽑혀 가다가 기간 내에 가지 못하게 되자 900여 동료들과 반란을 일으켰다. 최초의 농민군 봉기로 張楚(장초)를 세우한 뒤 각지에서 호응을 받았으나 조직력과 훈련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事機(사기)’ 陳涉(진섭)세가에 나온다. 진승의 자가 涉(섭)이다.
평시에 남다른 행동을 하며 따돌림을 당하다 나중에 빛을 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원망을 많이 했겠지만 성공하고 나서는 이상했던 행동이 뜻을 이루는 밑받침이었다고 칭송받는다. 훌륭한 지도자나 남보다 앞서 큰 기업을 일군 사람들 중에 많은데 평시에 사람됨을 잘 살펴 힘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