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철벽銀山鐵壁 -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음, 꽉 막혀 있는 쇠고집
은산철벽(銀山鐵壁) -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음, 꽉 막혀 있는 쇠고집\xa0
은 은(金/6) 메 산(山/0) 쇠 철(金/13) 벽 벽(土/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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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으로 된 산(銀山)과 쇠로 만든 벽(鐵壁)이란 이 말을 먼저 떠올리는 뜻은 金城鐵壁(금성철벽)이다. 방어시설이 잘 되어 공격하기 어려운 성에서 빈틈이 없는 사물을 비유하는 이 성어와 달리 오묘한 의미를 지녔다. 먼저 오도 가도 못하고 앞뒤로 꽉 막혀 있는 상태, 주장이 너무 강하여 아무리 설득해도 굽히지 않는 쇠고집이란 뜻도 있지만 믿는 마음과 誓願(서원)이 두텁고 철저한 것을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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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과 철은 뚫기 어렵고 산과 벽은 오르기가 어려우니 어떠한 유혹이나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런 점이 무엇보다 禪家(선가)에서 참선수행의 실마리로 삼는 話頭(화두)의 궁극적 의미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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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은 실제 불교와 관계가 깊다. 중국 베이징시 창핑구昌平區/ 창평구에 위치한 높이 700m가 조금 넘는 산이라는데 겨울이 오면 흰 눈이 흩날려 이 이름을 얻었다. 또 산이 가파르고 암벽 색깔이 쇠와 같이 검다고 해서 철벽이 되었단다. 鐵壁銀山(철벽은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銀山塔林(은산탑림)이란 관광지로도 이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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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 馬祖(마조)선사의 제자 隱峰(은봉)선사가 여기서 머무르며 설법을 했고 많은 스님들이 따랐는데 그들을 기리기 위한 탑들이 곳곳에 들어서 장관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얼음산은 오르기 어렵고 철벽은 뚫고 나가기 어려우므로 여기서 어떤 것도 기대지 않고 홀로 화두에 침잠하는 적소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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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행자들의 어려운 화두 말고 사방이 꽉 막힌 절박한 상황, 이것을 뚫고나가는 굳은 의지를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된 글이 많다. 고려 후기 문인 李穡(이색)이 좌선 승려에게 준 글 ‘버들개지 바람에 미치듯 함은 삼업의 죄요(柳絮風狂三業罪/ 유서풍광삼업죄), 은산 철벽이 우뚝 섬은 한 덩이 의심일세(銀山壁立一團疑/ 은산벽립일단의)’란 구절이 牧隱(목은)시고에 있다. 조선 중기 無住(무주)스님은 ‘혜 선사에게 보이다(示慧師/ 시혜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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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깊이 재는 것이 무엇이 어렵고 수미산을 어찌 오르지 못하리오(滄海何難測 須彌豈不攀/ 창해하난측 수미기불반), 조주 스님 무자 화두 이것만큼은 철벽에다 더하여 은산이로다(趙州無字話 鐵壁又銀山/ 조주무자화 철벽우은산).’ 조주는 날카로운 말 한 마디를 던져 학인들에게 깨우침을 준 唐(당)의 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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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잊고 탐구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주위에서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으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이처럼 수행하는 자세를 나타내는 은산이나 철벽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말을 더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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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표를 향해 멋진 계획을 추진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점점 그 폐해가 커지는데도 고집을 부려 오로지 처음 생각대로 밀고 나간다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런 철벽은 소통을 막는 쇠고집밖에 안 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