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형극口中荊棘 - 입 안의 가시, 남을 해치는 말
구중형극(口中荊棘) - 입 안의 가시, 남을 해치는 말\xa0
입 구(口/0) 가운데 중(丨/3) 가시 형(艹/6) 가시 극(木/8)
나무의 가시를 말하는 荊棘(형극)은 가시밭길같이 온갖 고생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또한 가시나무의 얽히고설킨 모습에서 분규를 나타낸다. 입안(口中)의 가시(荊棘)라고 하면 가시나무의 찌르려는 속성에서 원한, 또는 해치려는 음험한 말을 가리키지만 대뜸 떠올리기는 독서와 연관 짓는다. 바로 安重根(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널리 알려진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 때문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一日不讀書/ 일일부독서)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옥중에서 독서를 멈추지 않았던 의사의 표현이니 숙연하다.\xa0
안 의사 유묵 이전부터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推句(추구)’에서일 듯하다. 千字文(천자문), 四字小學(사자소학)과 함께 학동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추구는 五言(오언)으로 된 좋은 대구 모음이다. 입안의 가시란 말은 ‘십년동안 등잔 밑에서 공부하여 사흘간 말 타고 영화 누린다(十年燈下苦 三日馬頭榮/ 십년등하고 삼일마두영)’는 구절 뒤에 따른다. 또 조선 말기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簡牘會粹(간독회수)’에 ‘요사이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 입안에 가시가 자라고 가슴 속이 띠풀로 꽉 막혔다(近日 不讀書久矣 口中荊棘 胸裏茅塞/ 근일 부독서구의 구중형극 흉리모색)’란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독서와는 달리 남을 해치는 음흉한 말을 뜻하는 유래는 더 오래 됐다. 宋(송)나라 葉廷珪(섭정규, 葉은 잎 엽, 땅이름 섭)란 사람이 엮은 ‘海錄碎事(해록쇄사)’에는 ‘가시는 입안에서 돋고 자황은 혀끝에서 어긋난다(荊棘生於口中 雌黃謬於舌杪/ 형극생어구중 자황류어설초)’는 구절이 있다.\xa0
謬는 그르칠 류, 杪는 나무끝 초. 자황은 유황과 비소의 화합물 결정체로 오늘날의 지우개처럼 글자를 잘못 썼을 때 지우고 다시 쓰는 약품이다. 여기서 함부로 말하거나 남의 말이나 글을 첨삭하여 시비를 가린다는 口中雌黃(구중자황), 信口雌黃(신구자황)이란 말도 나왔다. 가시 돋친 말은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깎아내리니 조심하라는 교훈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