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일 화요일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술 주(酉/3) 독 옹(瓦/13) 밥 반(食/4) 주머니 낭(口/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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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겐 술독을 지고 다닌다고 놀린다. 밥만 축내고 제구실도 못하는 사람을 밥통이라 낮춰 부른다. 이 두 가지에 다 해당되는 사람이 酒囊飯袋(주낭반대)의 골통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술독(酒甕)과 밥주머니(飯囊)만 차고 다닌다는 이 성어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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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술은 항아리에 지니고 다니니 더 마시고, 밥은 주머니가 자루보다 덜 들어가겠다. 이런 양의 문제만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무능한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같으나 출처는 다르다. 만약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伴食宰相(반식재상)이란 말이 따로 있다고 앞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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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演義(삼국연의)’에 등장하는 禰衡(예형, 禰는 아버지사당 예)이란 사람은 젊었을 때부터 말주변이 있었고 성격이 강직했다. 재주가 뛰어났어도 오만해 주변에서는 멀리 했지만 오직 학자 孔融(공융)과는 친히 지냈다. 曹操(조조)가 공융의 천거를 받고 불렀을 때도 예형은 여전히 뻣뻣한 채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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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넓으나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天地雖闊 何無一人/ 천지수활 하무일인)!’ 조조가 발끈하여 수하에 당대의 영웅이 수십 명인데 어찌 사람이 없느냐고 다그쳤다. 예형은 荀彧(순욱, 彧은 문채 욱)이나 蕭何(소하), 陳平(진평) 같은 명신들도 하급관리로 일을 시키면 적당하다고 깎아내리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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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머지는 다 옷걸이요, 밥주머니고 술통에 고기자루일 뿐(其餘皆是衣架 飯囊酒桶 肉袋耳/ 기여개시의가 반낭주통 육대이)’이라고 한 마디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 했다. 조조는 이런 독설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으나 공융의 청대로 등용했다. 예형은 그 후로도 좌충우돌 부딪치자 변방으로 보내졌다가 黃祖(황조)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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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抱朴子(포박자)’에는 더 신랄히 말했다고 나온다. 순욱 외의 사람들은 ‘나무나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라 사람과 비슷해도 정기가 없으니, 모두 술독이나 밥주머니일 뿐(皆木梗泥偶 似人而無人氣 皆酒瓮飲囊耳/ 개목경니우 사인이무인기 개주옹음낭이)’이라고 했다. 梗은 줄기 경, 瓮은 甕과 같이 독 옹.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