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 토요일

창해일속滄海一粟 -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 매우 하찮고 작은 것

창해일속滄海一粟 -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 매우 하찮고 작은 것

창해일속(滄海一粟) -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 매우 하찮고 작은 것

큰바다 창(氵/10) 바다 해(氵/7) 한 일(一/0) 조 속(米/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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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좁쌀알 같다’란 과장된 비유의 속담이 있다. 넓고 넓은 바닷속에 뜬 조그만 좁쌀 알 만하다면 그 존재가 어떻겠는가. 아주 많거나 넓은 것 가운데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만큼 매우 작고 하찮은 경우를 이른다. 똑 같은 뜻의 넓고 큰 바다(滄海)에 떠 있는 좁쌀 한 알(一粟)이란 이 성어다. 중국을 대표하는 탁월한 문장가로 北宋(북송) 때의 제1의 시인 蘇東坡(소동파, 1037~1101)가 처음 이 말을 썼을 때는 대자연 속 존재하는 인간의 미미함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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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軾(식)인 동파는 부친 蘇洵(소순), 동생 蘇轍(소철)과 함께 모두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 정도로 문명을 떨쳤다. 대표작이 유명한 赤壁賦(적벽부)다. 적벽은 원래 三國時代(삼국시대) 吳(오)나라의 周瑜(주유)가 蜀(촉)나라와 연합하여 曹操(조조)의 백만대군을 화공으로 격파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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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의 적벽은 소동파가 도성에서 쫓겨나 黃州(황주)란 곳으로 좌천되었을 때 자주 들러 울분을 토했던 명승지였다. 동파도 물론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영웅들의 활약상을 생각하면서 전편과 후편의 적벽부를 지었다. ‘전적벽부’에 달밤에 놀이하는 광경을 묘사하고 동료와 인생에 대해 논쟁하던 모습을 기술하면서 이 성어의 비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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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없이 고요한 달빛 아래 일렁이는 물결의 모습은 선경과도 같아 영웅들이 활약했던 적벽대전을 떠올렸다. 주유와 조조가 일전을 벌일 때 배는 천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을 텐데, 그 영웅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한탄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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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같은 조각배를 타고 술잔을 들어서 서로 권하니, 우리의 인생은 영원한 천지 속의 하루살이 같이 덧없는 생명이요, 저 드넓은 바다에 뿌려진 한 알의 좁쌀과도 같은 미미한 존재일 뿐이요(駕一葉之扁舟 舉匏樽以相屬 寄蜉蝣與天地 渺滄海之一粟/ 가일엽지편주 거포준이상속 기부유여천지 묘창해지일속).’ 匏는 박 포, 樽은 술통 준, 蜉는 하루살이 부, 蝣는 하루살이 유, 渺는 아득할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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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와 함께 아주 많은 수 가운데서 매우 적은 수를 말하는 九牛一毛(구우일모)나 쌀 창고 속의 쌀 한 톨을 가리킨 太倉稊米(태창제미)도 같은 뜻이다. 어느 것이나 보잘 것 없는 존재를 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상 넓은 것을 알고 자신의 위치를 알면 더욱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