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 - 생선은 뒤집어 먹지 말고 둔한 말은 타지 말라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 - 생선은 뒤집어 먹지 말고 둔한 말은 타지 말라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 - 생선은 뒤집어 먹지 말고 둔한 말은 타지 말라

밥 식(食/0) 고기 어(魚/0) 없을 무(灬/8) 돌이킬 반(又/2)

말 물(勹/2) 탈 승(丿/9) 둔한 말 노(馬/5) 말 마(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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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마다하는 고양이가 없다고 하지만 사람도 생선 요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날것으로 회를 치든 비린내를 없애려 가열조리를 하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겠다. 그런데 물고기를 먹을 때(食魚) 뒤집지 말라(無反)는 이 말은 어떤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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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생선인데 다른 쪽이 맛이 없을 리도 없다. 뒤에 이어지는 느리고 둔한 말(駑馬)은 타지 말라(勿乘)란 구절과 함께 이 성어가 나온 ‘晏子春秋(안자춘추)’에는 해석하는 데 따라 아주 깊은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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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훌륭한 재상으로 치는 사람이 管仲(관중)인데 이에 못지않게 晏子(안자)가 꼽힌다. 모두 春秋時代(춘추시대) 齊(제)나라 사람이다. 史記(사기)에도 管晏列傳(관안열전)에서 두 사람을 함께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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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는 본명이 晏嬰(안영, 嬰은 어린아이 영)으로 靈公(영공), 莊公(장공), 景公(경공) 등 세 군주 아래서 재상을 지내며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충간과 직언을 올려 백성들에게 큰 신망을 받았다. 그의 이름에서 나온 성어로 한 벌의 여우갖옷을 30년간 입었다는 晏嬰狐裘(안영호구), 마부의 안하무인을 고쳤다는 晏御揚揚(안어양양)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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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사람들이 안자의 일화를 모아 문답식으로 엮은 안자춘추의 內篇(내편)에 번득이는 그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공이 紀(기)지역을 지나가다 금으로 된 항아리를 얻었는데 그 속에 붉게 쓴 食魚無反 勿乘駑馬(식어무반 물승노마)란 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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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이 생선은 비린내가 나니 뒤집지 말라는 뜻이고, 느린 말은 멀리 가지 못하니 타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안자는 이 말을 ‘백성의 힘을 다할 때까지 부리지 말라(毋盡民力乎/ 무진민력호)’와 ‘불초한 자를 측근으로 등용하지 말라(則無置不肖于側乎/ 즉무치불초우측호)’고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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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뒤집어서까지 먹어치우면 백성의 고혈을 빠는 것과 같고 능력 없는 관료를 높은 자리에 앉히면 눈과 귀가 가려져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 오랜 옛날 중국 안자의 충언이지만 오늘날 그대로 해당하는 비유이기도 하다. 세세한 분야까지 세금을 가혹하게 매긴다거나 전문성이 없어도 지연과 측근에 있던 사람들을 요직에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제멋대로 경영하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