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여부재材與不材 - 재목으로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음, 사람의 재능을 비유
재여부재(材與不材) - 재목으로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음, 사람의 재능을 비유
재목 재(木/3) 줄 여(臼/7) 아닐 불, 부(一/3) 재목 재(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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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보나 저쪽으로 보나 아름다운 八方美人(팔방미인)은 용모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손대다 보니 모두 깊이 있게 잘 할 수는 없어 반거충이라 놀릴 때도 쓴다. 사람의 능력은 정해져 있어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라도 다른 일엔 젬병인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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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가 없다고 자조할 필요도 없는 것이 사람은 모두 한 가지는 쓸모 있는 분야가 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대로 천대받던 것이 큰 구실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莊子(장자)가 말한 재목이 될 수 있는 나무와(材與) 아무런 쓸모없는 나무(不材)도 사람의 재능에 절묘하게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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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諸子百家(제자백가) 중 道家(도가)의 대표인 莊周(장주)의 사상서 ‘장자’에는 동식물이나 옛이야기로 풍자와 교훈을 전하는 寓言(우언)이 넘친다. 이 책의 山木(산목)편에는 장자와 제자들이 강과 숲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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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을 가다가 거대한 나무를 보았는데 벌목하러 온 사람이 손을 대지 않자 그 이유를 물었다. ‘쓸모가 없습니다(無所可用/ 무소가용)’고 대답하니 장자가 제자들에 덧붙인다. ‘이 나무는 재목이 못 되기 때문에 천수를 다할 수 있는구나(此木以不材 得終其天年/ 차목이부재 득종기천년).’ 일행이 산에서 내려가 옛 친구 집을 찾았을 때 정반대의 경우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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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반가워하며 거위를 잡으라고 심부름하는 총각에게 시켰다. 잘 우는 놈과 울지 못하는 놈 중 어느 쪽을 잡을까 하니 ‘잘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殺不能鳴者/ 살불능명자)’고 한다. 다음날 제자가 장자에게 산속의 나무는 재목이 못되어 오래 살고 주인집 거위는 ‘재목이 되지 못해 죽었으니(以不材死/ 이부재사)’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 할지 여쭈었다. 장자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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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사이에 있으려고 한다(周將處乎 材與不材之間/ 주장처호 재여부재지간).’ 재목과 재목이 못되는 중간은 그럴듯하면서도 실은 아니라며 양쪽으로 얽히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른다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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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중간에 장자처럼 있을 수 있을까. 쓸모가 없어서 살아나고, 쓸모가 없어서 폐기처분되는 것을 보면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만 집착할 때 화를 당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지 못하면 다른 가능성은 꿈도 못 꾼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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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전혀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그 분야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한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만하면 다를 사람이 치고 올라와 별 볼일 없이 내리막길만 기다린다. 재능에 초연한 것이 중간인 셈이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