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슬이담捫蝨而談 - 이를 잡으며 태연히 이야기하다.
문슬이담(捫蝨而談) - 이를 잡으며 태연히 이야기하다.
어루만질 문(扌/8) 이 슬(虫/9) 말이을 이(而/0) 말씀 담(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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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떠한 충동에도 천연스러우면 泰然.自若(태연자약)하다고 한다.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눈도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도 있다. 이러한 사람은 우선 경망스럽지 않아 믿음을 준다. 독화살을 팔에 맞은 關羽(관우)가 뼈를 발라내고 독을 치료하는 동안 바둑을 두며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는 刮骨療毒(괄골요독)이 태연의 극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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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조금 못하더라도 옷 속의 해충 이를 더듬어 잡으며(捫蝨) 세력가에 꿇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는(而談) 이 성어도 태연하고 여유로우며 거리낌이 없는 것을 일컫는다. 捫蝨而言(문슬이언)이라 해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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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五胡十六國(오호십륙국) 시대는 魏晉(위진) 이후 혼란했던 4세기 이후 북방민족이 세운 나라들과 대치하던 시기였다. 부침이 심했던 이 때 그래도 안정된 나라를 유지한 前秦(전진)은 苻堅(부견)이 다스릴 때는 양쯔강揚子江 이북의 땅을 평정할 정도였다. 여기에는 박학했고 병법에도 밝았던 재상 王猛(왕맹, 325~375)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둘의 관계는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격(如玄德之遇孔明/ 여현덕지우공명)’이라 비유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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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맹이 조정에 나가기 전 은거할 30세 때에 남쪽의 東晋(동진)에서 대장군 桓溫(환온)이 대군을 이끌고 전진으로 쳐들어 왔다. 환온은 蜀(촉) 지방 평정에 성공한 이후 왕위를 넘볼 정도의 세력가였다. 왕맹은 낡은 갈옷을 걸친 채 환온 진영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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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맹은 환온을 만나 ‘천하의 형세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편으로는 손을 옷 속에 넣어 더듬고 이를 잡는 것이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一面談當世之事 捫蝨而言 旁若無人/ 일면담당세지사 문슬이언 방약무인)’고 했다. 환온의 야망을 꿰뚫어보고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晉書(진서)’나 ‘通鑑節要(통감절요)’에 내용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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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비유가 위생적이지 않아서인지 많지는 않지만 우리 고전에서도 고려 문신 朱悅(주열), 조선 초의 權仲和(권중화) 등을 기록한 문서 몇 곳에 등장한다. 큰 일이 닥쳤을 때 구체적인 위험을 모르는 대중들은 당국자나 전문가들이 서두르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안심한다. 조그만 낌새에도 針小棒大(침소봉대)하여 자기편에 유리하게 여론을 이끌어가는 것을 많이 보아온 사람들에겐 무리한 희망이지만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