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 -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다, 도리를 깨친 경지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 -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다, 도리를 깨친 경지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 -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다, 도리를 깨친 경지

아닐 불(一/3) 날 출(凵/3) 집 호(戶/0) 알 지(矢/3) 하늘 천(大/1) 아래 하(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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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지 않아도(不出戶) 천하를 알 수 있다(知天下)는 알쏭달쏭한 말이다. ‘외짝문‘을 뜻했던 戶(호)가 문, 출입구에서 집이란 의미로 넓어졌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있다면 어떤 경지일까. 방 안에서 온갖 나라의 시시콜콜한 정보를 알려주는 TV나 인터넷이라도 단편적일 텐데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老子(노자)가 한 말이라면 어렴풋이 뜻이 떠오른다. 그는 스스로를 숨겨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無爲自然(무위자연)을 내세웠으니 심오한 도리를 깨친 경지를 말하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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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道德經(도덕경)’은 상하 두 편 모두 81장으로 된 책이다. 간단한 운문체로 되어 있지만 箴言(잠언)이나 呪文(주문)을 엮어놓은 듯하여 함축된 의미는 연구하는 사람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오하다. 하편 47장의 鑒遠(감원) 내용을 보자. ‘집 나서지 않고 천하의 모든 것을 알고(不出戶 知天下/ 불출호 지천하), 창밖을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아네(不窺牖 見天道/ 불규유 견천도).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은 더욱 적어질 뿐(其出彌遠 其知彌少/ 기출미원 기지미소).’ 窺는 엿볼 규, 牖는 들창 유, 미륵 彌(미)는 두루, 멀리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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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서 얻고 비워서 채운다’는 뜻대로 지식을 가득 채우기만 하여 아는 것이 먼 곳까지 미치게 되면 가까이 있는 일을 모를 수 있다. 반면 과거와 현재를 알면 미래를 거울처럼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성의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사유하면 구체적인 현장을 가거나 사물을 살피지 않더라도 파악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어진 말에는 ‘성인은 행하지 않고도 알며, 보지 않고도 밝힐 수 있고, 직접 하지 않아도 이루어낸다(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불행이지 불견이명 불위이성)’고 했다.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아는(一葉落知天下秋/ 일엽낙지천하추)’의 도승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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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나서지 않고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영국의 4인조 그룹 비틀즈가 이런 내용으로 노래한 것이 있어 흥미롭다. 한국팬클럽서 소개한 ‘The Inner Light(내면의 빛)’의 가사는 노자를 번역한 듯하다. 앞부분을 보자. ‘Without going out of my door/ I can know all things on earth(나는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네), Without looking out of my window/ I could know the ways of heaven(나는 창문 밖을 보지 않아도/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