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요일

마이동풍馬耳東風 – 말의 귀에 동풍이 지나가다, 말을 흘려듣다.

마이동풍馬耳東風 – 말의 귀에 동풍이 지나가다, 말을 흘려듣다.

마이동풍(馬耳東風) – 말의 귀에 동풍이 지나가다, 말을 흘려듣다.

말 마(馬/0) 귀 이(耳/0) 동녘 동(木/4) 바람 풍(風/0)

말의 귀로 동풍이 스쳐 지나가도 무엇이 갔는지 알 턱이 없다. 아무리 이렇게 하라고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이런 사람과 마주 하려면 속 터진다. 알아듣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을 말할 때 관련 속담이나 성어가 많다. ‘쇠귀에 경 읽기’, ‘말귀에 염불’, ‘담벼락하고 말하는 셈이다’ 등을 번역이나 한 듯이 들어맞는 말이 牛耳讀經(우이독경), 對牛彈琴(대우탄금)이다. 가을바람이 귀를 스쳐갔는데도 무엇이 지나갔는지 시치미를 떼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秋風過耳(추풍과이)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비슷한 뜻의 많은 성어 중에서도 말 귀로 동풍이 스쳐간다는 이 말이 가장 유명한데 출처가 唐(당)나라 李白(이백, 701~762)의 시구에서 나와 가치를 높인다. 詩仙(시선)이라 불리는 이백은 그러나 혼돈의 시기에 태어나 이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술과 시로 보낸 불운의 시인이었다. 이백은 王去一(왕거일)이란 지인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불우한 처지를 적어 보낸 시 ‘寒夜獨酌有懷(한야독작유회)’에 공감했다.

겨울 밤 밝은 달 아래 독작을 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며 지금 세상은 당시 왕족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鬪鷄(투계)의 기술도 없고, 변경의 싸움에서 작은 공을 세워 충신이나 된 듯이 날뛰는 세상에서 흉내도 낼 수 없는 처지를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백은 답한다. ‘북창에 기대 앉아 시를 읊고 부를 짓는다지만(吟詩作賦北窓裏/ 음시작부북창리), 수많은 말이라도 술 한 잔 가치도 없네(萬言不直一杯水/ 만언부직일배수), 세상사람 이를 듣고 머리를 흔드는 것이(世人聞此皆掉頭/ 세인문차개도두), 마치 동풍이 말귀를 스치고 지나는 듯하구나(有如東風射馬耳/ 유여동풍사마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훗날 올바른 평가를 기다리자는 당부도 곁들였다.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의견만 고집할 수는 없다. 자신이 생각하면 가장 좋은 방안인데도 다른 사람들은 그르다고 한다. 이럴 때는 한 발 물러서 다시 검토한다. 조그만 조직도 의견이 대립될 때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하물며 국사를 논하는 국회에서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일이 다반사다. 상대 당의 의견은 말귀에 스치듯 흘려버리는 일이 없어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