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수요일

설중송탄雪中送炭 - 추위 속에 땔감을 보내다.

설중송탄雪中送炭 - 추위 속에 땔감을 보내다.

설중송탄(雪中送炭) - 추위 속에 땔감을 보내다.

눈 설(雨/3) 가운데 중(丨/3) 보낼 송(辶/6) 숯 탄(火/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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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차가와지면서 양지쪽만 찾고, 난방에만 앉아 있으려 한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요즘의 대도시에선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연탄이지만 아직까지 고지대에선 난방의 주류인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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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안도현 ‘연탄 한 장’) 것이라고 노래했듯이 한 겨울에 연탄이 그득하면 그 이상 반가울 수가 없다. 눈 오는(雪中) 추운 날 땔감을 보낸다(送炭)는 고사는 오늘날 방을 데우지 못해 냉골에서 떠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사랑의 연탄으로 남았다.

北宋(북송)의 2대 황제 太宗(태종)은 이름이 趙光義(조광의)로 처음 나라를 세운 太祖(태조) 趙匡胤(조광윤)의 아우다. 건국 초기부터 군인들을 억압하고 문관을 우대하는 등 강력한 중앙집권을 밀어붙였다. 토지합병으로 기득권층의 불만이 높아지고 일반 백성들은 생활이 궁핍해졌다. 차와 소금 등을 전매로 하자 밀매자가 늘어나는 등 불만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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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4년인 서기 993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王小波(왕소파)와 李順(이순) 등을 우두머리로 하여 四川(사천)지방에서 들고 일어났다. 그해 겨울 여러 날 동안 눈이 내리고 강추위가 계속됐다. 태종은 이러한 추위에도 농민들이 봉기를 계속할까 염려하여 사람을 시켜 외롭거나 늙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얼마의 돈과 쌀, 땔감을 보냈다(雨雪大寒 遣中使賜孤老貧窮人千錢米炭/ 우설대한 견중사사고로빈궁인천전미탄). 이런 방식으로 민심을 수습하려 한 태종은 사관에게 기록까지 명했다. ‘宋史(송사)’ 태종 本紀(본기)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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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속보이는 당근책으로 나왔더라도 추위에 굶주린 백성들에겐 큰 도움이 됐기에 이 성어는 급히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 제공: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