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구식三旬九食 - 삼십 일 동안 아홉 끼니 먹다.
삼순구식(三旬九食) - 삼십 일 동안 아홉 끼니 먹다.
석 삼(一/2) 열흘 순(日/2) 아홉 구(乙/1) 밥 식(食/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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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불명예는 아니다. 또 죄악도 아니다. 살아가는데 불편할 뿐이다. 문제는 그 가난의 원인이다. 개인의 나태나 일확천금을 노리다 가산을 탕진했을 때는 누구를 원망할 수 없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면 사회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이웃돕기가 있고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그래도 충분할 수가 없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나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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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일상화된 옛날이라 그것을 표현하는 말도 숱하다. 이 난에서도 簞食瓢飮(단사표음), 家徒四壁(가도사벽)을 올린 적이 있다. 열흘이 세 번 되도록(三旬) 아홉 끼니밖에 먹지 못한다(九食)는 이 성어는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가난한 생활을 바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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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去來辭(귀거래사)’로 유명한 陶淵明(도연명)의 시구에서 유래했다. 東晋(동진) 말기부터 宋(송)까지 六朝(육조) 최고의 시인으로 불리는 도연명은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에서 나왔듯 가난하지만 국화를 사랑하는 선비였다. 상급기관의 관리가 거들먹거리는 꼴을 못보고 다섯 말의 녹봉 때문에 어찌 허리를 굽히랴 하며 낙향하여 五斗米折腰(오두미절요)란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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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인 陶潛(도잠)보다 자로 더 많이 불리는 도연명의 安貧樂道(안빈낙도)를 강조한 노래가 ‘擬古詩(의고시)’다. 魏晉(위진)시대 유행한 고시의 모방을 따랐다. 그 다섯 번째의 부분을 보자. ‘동방에 한 선비가 있으니 옷차림이 항상 남루하였고, 한 달에 식사는 아홉 끼가 고작이요 십년이 지나도록 관직 하나로 지내더라. 고생이 이에 비할 데 없건만 언제나 좋은 얼굴로 있더라(東方有一士 被服常不完 三旬九遇食 十年著一冠 辛勤無此比 常有好容顔/ 동방유일사 피복상불완 삼순구우식 십년착일관 신근무차비 상유호용안).’ 著는 나타날 저, 입을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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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 10명 중 4명이 밥을 굶은 적이 있다고 한다. 겨울철 난방비 부족과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한 비율도 비슷하게 나왔다. 빈부 차이가 수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도 확인한 적도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나라에서 아직까지 이처럼 한 달에 몇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제법 된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저소득층엔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이 이뤄지도록 보장제도가 촘촘했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