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요일

모순矛盾 - 창과 방패,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

모순矛盾 - 창과 방패,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

모순(矛盾) - 창과 방패,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

창 모(矛/0) 방패 순(目/4)

앞뒤가 안 맞는 것을 뜻하는 矛盾(모순)은 널리 아는 대로 창과 방패를 아울러 말한 것이다. 적을 찌를 수 있도록 손잡이가 있는 긴 창을 본뜬 글자가 矛(모)다. 창을 뜻하는 다른 글자 戈(과)는 창 \xa0끝에 낫과 같은 갈고리를 단 병기, 戟(극)은 두 가지를 혼합해 찌르기도 하고 베기도 하는 무기라 한다. 방패를 말하는 盾(순)은 실제 방패 干(간)을 보완하여 눈目까지 보호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글자만을 떼어 이야기했지만 모순은 이것을 모르더라도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치가 턱없이 자랑하다 발목을 잡힌 이야기에서 나온 것임을 모두 안다. \xa0

자기가 한 말에 앞뒤가 서로 어긋나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상인의 약은 모습은 自相矛盾(자상모순)이라고도 한다. 잘 알려졌지만 다시 한 번 보자.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楚(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자기 물건이 최고라고 자랑하고 있었다. 먼저 ‘이 방패는 굳고 단단해서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가 없습니다(譽其楯之堅 物莫能陷也/ 예기순지견 물막능함야)’라며 떠벌렸다. 楯은 방패 순, 盾과 같다. 다음에는 창을 들고서 이렇게 말했다. ‘이 창은 날카롭기가 그지없어서 어떤 방패든지 못 뚫을 것이 없습니다(吾矛之利 物無不陷也/ 오모지리 물무불함야).’

구경하고 있던 한 사람이 짓궂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의 창으로 뚫리지 않는다는 방패를 찔러보면 어떻게 되겠소(以子之矛 陷子之盾 何如/ 이자지모 함자지순 하여)?’ 말문이 막힌 상인은 주섬주섬 물건을 싸들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뚫리지 않는 방패와 못 뚫는 것이 없는 창이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한다. 法家(법가)의 대표 韓非(한비)가 쓴 ‘韓非子(한비자)’의 難勢(난세)편과 難一(난일)편에 비슷하게 실려 있다. 사물에 맞는 비유를 기막히게 하는 한비는 여기서 성군인 堯舜(요순)을 서로 비교하기 어렵고, 동일한 관점에서 칭찬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라 한다.

‘절에 가서 젓국 달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있을 수 없는 데에 가서 엉뚱하게 찾아봐야 헛일이다. 자기 한 몸 바쳐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큰 소리치고 정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킨다는 믿음을 얼마나 줄까. 자기편의 욕심만 앞세우고 협치는 없어 분란이 끊이지 않는 정치판의 말은 이제 거꾸로 믿는 사람들이 더 많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