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 토요일

빈계사신牝鷄司晨 - 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리다.

빈계사신牝鷄司晨 - 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리다.

빈계사신(牝鷄司晨) - 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리다.

암컷 빈(牛/2) 닭 계(鳥/10) 맡을 사(口/2) 새벽 신(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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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속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집안의 여자들을 주눅 들게 하는 남정네의 전유물이었다. 날이 샜다고 울어야 할 수탉이 제 구실을 하지도 못하면서 암탉이 우는 것도 막았다. 가정에서 부인이 남편을 제쳐놓고 떠들고 간섭하면 집안일이 잘 안된다고 나무라는 것이다. 男尊女卑(남존여비)가 뚜렷했던 옛날이라도 무작정 여성을 비하한 것이 아닌 것은 여기서 가리킨 암탉이 중국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음란한 독부 妲己(달기, 妲은 여자이름 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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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夏殷周(하은주)의 3왕조 중에 商(상)이라고도 하는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 폭군으로 유명한 紂王(주왕, 紂는 주임금 주)이다. 초기 군사를 잘 이끌어 많은 전쟁에서 승리한 주왕에 전리품으로 바쳐진 달기는 요염을 앞세워 완전히 왕을 요리했다. 달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왕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酒池肉林(주지육림)에서 질탕하게 향락을 즐겼고, 간하는 충신들에겐 숯불로 달군 구리기둥에 기름을 발라 맨발로 건너가게 한 炮烙之刑(포락지형, 炮는 통째로구울 포)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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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자 周(주)의 武王(무왕)이 제후들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주왕 토벌에 나섰다. 은나라의 牧野(목야)라는 곳에서 도탄에 빠뜨린 주왕의 죄상을 열거하며 분투할 것을 당부하는 말을 남긴 것이 牧誓(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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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이 말하기를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으니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다(古人有言曰 牝鷄無晨 牝鷄之晨 惟家之索/ 고인유언왈 빈계무신 빈계지신 유가지삭). 지금 주왕은 계집의 말만 듣고 백성을 학대하며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무왕은 사기가 떨어진 70만 군사를 패주시키고 주왕도 자살하자 주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고대 중국의 기록 ‘書經(서경)’ 목서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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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암탉 운운의 속담은 사어가 될 정도로 각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우선 주민등록 여자인구가 남자를 추월한 女超(여초)사회에 진입했고 여성 공무원 수는 절반을 넘어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