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휼지쟁蚌鷸之爭 - 조개와 도요새의 다툼, 양보 않고 싸우다 제삼자가 득보다.
방휼지쟁(蚌鷸之爭) - 조개와 도요새의 다툼, 양보 않고 싸우다 제삼자가 득보다.
조개 방(虫/4) 도요새 휼(鳥/12) 갈 지(丿/3) 다툴 쟁(爪/4)
토끼를 쫓는 개가 산을 몇 번 오르내리다 모두 지쳐 쓰러진다. 지나던 농부가 개와 토끼를 노력 없이 잡는다. 욕심을 부려 많이 차지하려다 모두 잃게 되는 犬兎之爭(견토지쟁), 田父之功(전부지공)의 고사다. 농부는 불로소득이지만 개와 토끼는 엉뚱한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했으니 이럴 때 ‘죽 쑤어 개 준다’는 말이 들어맞는다.
같은 이야기로 새가 조개의 살을 먹으려고 부리를 넣자마자 입술을 꼭 다물어 오도가도 못 한다. 지나가던 어부가 조개도 줍고 새도 잡는다. 남들 싸우는 틈에 가만히 앉아 득을 보는 漁父之利(어부지리)이고 漁人之功(어인지공)이다.
같은 뜻인데 무명조개와 도요새(蚌鷸)의 싸움(之爭)이란 어려운 글자로 된 이 성어다. 열을 내려주고 주독을 풀어준다는 조개와 부리가 길고 꽁지가 짧은 도요새가 싸운다면 둘 모두 꼼짝 못한다. 개와 토끼를 얻은 농부와 마찬가지로 지나가던 어부만 새도 잡고 조개도 얻어 횡재를 했다.
어금버금한 두 세력이 조금도 양보 않고 싸우다 결국은 제삼자에게 득을 보게 하는 경우를 가리키게 됐다. 중국 前漢(전한) 시대 학자 劉向(유향)이 전략가들의 책략을 모은 ‘戰國策(전국책)’에서 유래했다. 이 책은 春秋時代(춘추시대)를 잇는 戰國時代(전국시대)란 말을 낳게 했다 해서 유명하다.
약육강식이 판치고 싸움으로 지새던 당시 북부의 燕(연)나라에 蘇代(소대)라는 세객이 있었다. 合從說(합종설)을 주장한 유명한 종횡가 蘇秦(소진)의 동생이다. 연나라를 노리고 趙(조)나라가 침범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왕은 소대를 파견하여 막도록 했다. 조나라 惠王(혜왕)을 만난 소대는 易水(역수)를 건너면서 본 이야기를 전했다.
‘조개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는데 도요새가 보고 조갯살을 쪼려 하자 얼른 오므려 부리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蚌方出曝 而鷸啄其肉 蚌合而鉗其喙/ 방방출포 이휼탁기육 방합이겸기훼).’ 曝는 쬘 포, 鉗은 집게 겸, 喙는 부리 훼. 조나라와 연나라는 싸우면 이와 같이 이웃 강국 秦(진)나라만 좋은 일 시킨다고 설득하여 공격 계획을 중지시켰다.
경쟁을 하더라도 서로 발전을 위한 것은 쌍방이 바람직하다. 사이가 나쁜 이웃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며 적을 끌어들이면 나중엔 칼끝이 나를 향할 수 있다. 당이 다르다고 항상 으르렁거리며 화합을 모르는 정치권은 민생은 아랑곳없다. 상대방이 잘 되는 것은 보지 못한다고 ‘너 죽고 나죽자‘식 끝장을 보려 하면 진짜 망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