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7일 일요일

산중수복 의무로山重水複 疑無路 – 산 첩첩 물 겹겹이라 길이 없을까 의심 된다.

산중수복 의무로山重水複 疑無路 – 산 첩첩 물 겹겹이라 길이 없을까 의심 된다.

산중수복 의무로(山重水複 疑無路) – 산 첩첩 물 겹겹이라 길이 없을까 의심 된다.

메 산(山/0) 무거울 중(里/2) 물 수(水/0) 겹칠 복(衣/9) 의심할 의(疋/9) 없을 무(灬/8) 길 로(足/6)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산이 앞을 가로 막고 물줄기는 끊어져 더 갈 길이 없는 山窮水盡(산궁수진)일 경우다. 이럴 때 절망하여 주저앉을 것인가, 막다른 골목에서 이때까지의 일은 포기하고 돌아설 것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믿고 방법을 찾을 것인가. 산이 첩첩이고 물 또한 겹겹이 앞을 가로막으면(山重水複) 당연히 길이 없을 것이라 여겨(疑無路) 주저앉는다. 중국 南宋(남송)시대의 애국시인이었던 陸游(육유, 1125~1209)의 유명한 시구에는 그렇지만 절망은 없다.

호를 예법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放翁(방옹)이라 지어 육방옹이라 불렸던 육유는 기울어져가는 남송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열정으로 분방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는 당시 실력자인 간신 秦檜(진회)에 밉보여 말단 벼슬로 지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육유는 애국, 울분, 그러면서도 희망이 담긴 우국시를 많이 남겼는데 시집 ‘劍南詩稾(검남시고)’를 비롯, 수량에 있어서는 고금 제일인 모두 1만 4000여 수의 시가 전한다고 한다. 1167년 육유가 고향인 山陰(산음)의 서쪽에 있는 마을을 찾아가 읊은 ‘遊山西村(유산서촌)’ 시에서 암울한 조국의 어두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xa0

성어가 나오는 앞부분을 보자. ‘농가의 섣달 술이 탁하다고 비웃지 말게나(莫笑農家臘酒渾/ 막소농가랍주혼), 풍년이라 손님 머물면 닭고기 돼지고기 풍성하다네(豊年留客足鷄豚/ 풍년유객족계돈), 산에 또 산이고 물에 또 물이라 길이 없나 했더니(山重水複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버들 우거지고 꽃 밝게 핀 저쪽에 또 마을이 보이는구려(柳暗花明又一村/ 유암화명우일촌).’ 臘酒(랍주)는 섣달 납제를 위해 담근 술. 막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마을이 있으니 희망이 있다. 끝의 柳暗花明(유암화명)은 버들은 그윽하고 꽃은 피어 밝다는 뜻으로 자연경치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한다.

정치인이나 재계에서 새해에 앞날이 밝지 않고 난관이 중첩했을 때 종종 이 구절전체나 앞부분 山重水複(산중수복)만 잘라서 인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이어지는 대구처럼 꽃피는 화려한 봄이 따라오니 희망은 잊지 말아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