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명계양지冥契陽贄 - 보이지 않게 덕을 쌓으면 드러나게 보답한다.

명계양지冥契陽贄 - 보이지 않게 덕을 쌓으면 드러나게 보답한다.

명계양지(冥契陽贄) - 보이지 않게 덕을 쌓으면 드러나게 보답한다.

어두울 명(冖/8) 맺을 계(大/6) 볕 양(阝/9) 잡을 지(手/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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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악을 멀리 하고 덕을 많이 쌓으라는 것은 당장 빛을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선행을 경계한다. 어려운 이웃을 받는 사람도 모르게 살짝 돕는 많은 의인과 선인들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체질화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런 보답을 바란 것이 아니지만 언제인가는 복이 따른다는 의미의 성어가 많으니 덕을 더욱 기린 데서 나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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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을 쌓으면 경사가 따르는 積善餘慶(적선여경), 착하고 옳은 일을 하면 자손까지 복이 미친다는 善善及孫(선선급손)에 드러내지 않고 덕을 쌓으면 복이 저절로 온다는 陰德陽報(음덕양보)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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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려운 말로 같은 뜻을 가진 것이 안으로 감춰진 좋은 인연(冥契)이 겉으로 드러나게 보답을 한다(陽贄)는 이 성어다. 맺을 契(계)는 약속 외에 교분, 정을 말하고 폐백 贄(지)는 예물 또는 선물이다. 약간 생소한 이 말이 알려진 것은 한학자 정민 교수가 성어 모음집 ‘옛 사람이 건넨 네 글자’에 소개하고서 부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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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학자 沈梓(심재, 1624~1693)의 ‘松泉筆譚(송천필담)’에 실려 있다고 했다. 이 책은 당시의 학문과 정치, 경제를 비롯하여 미담과 가화를 정리한 수양서라 수신과 제가에 필요한 연구의 지침서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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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의 부분을 요약해 보자. 과거 급제의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이다. 과거에 응시했던 한 수험생이 좋은 글은 뽑히지 않고 뽑힌 글은 좋지도 않더라고 낙방을 변명하며 투덜댔다. 듣던 사람이 그렇지 않다며 시험관이란 두 눈을 갖춘 자라 글이 좋고 나쁜지를 한 번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격한 사람 중에는 조상이 덕을 지녀 후세에 보답을 받는 사람도 있고, 그 자신이 덕을 쌓아 저승에 미리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득한다. 그래서 선비 된 사람은 마땅히 글을 닦아 겉으로 드러나는 보답 陽贄(양지)로 삼고, 마음을 닦아 후세에 덕을 쌓는 冥契(명계)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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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합격하면 양반이 되는 길이 열리지만 모든 것을 여기에 걸어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당연히 나타난다. 시험 때마다 壯元(장원)하는 행운아도 있고 몇 년을 도전해도 실패하는 浪人(낭인)도 있다. 떨어질 때는 자신의 실력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 제도 탓을 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불운을 투덜대지 말고 평시에 음덕을 쌓으라는 가르침이다.

앞길이 그리 탄탄하게 열리지 않아 당장 오늘이 답답한 현대인들에겐 실감이 나지 않을 이야기라도 하늘이 복으로 보답한다니 믿어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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