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장수선무長袖善舞 -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

장수선무長袖善舞 -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

장수선무(長袖善舞) -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

긴 장(長/0) 소매 수(衣/5) 착할 선(口/9) 춤출 무(舛/8)

긴 소매로 된 윗옷을 입고 추는 전통춤은 보기에 우아하다. 화사한 색상에 유려한 선으로 된 옷차림만으로 어깨춤이 절로 따른다. 특히 승무에서 남색 치마에 흰 저고리, 흰 장삼을 걸치고 추는 춤은 나비와 같다고 표현한 시인도 있다. 이처럼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 한다’는 우리 속담과 똑 같은 뜻이 이 성어다. 수단이나 밑천이 넉넉한 사람은 일을 하거나 성공하기가 쉽다는 말인데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원전에서도 長袖善舞 多錢善賈(장수선무 다전선고)로 되어 있다. 善은 착하다는 뜻 외에 잘한다는 뜻, 賈는 성 가, 장사 고. 多財善賈(다재선고), 多錢善買(다전선매)로도 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 法治主義(법치주의)를 주창한 韓非(한비)의 논저인 이 책의 五蠹(오두)편에 실렸다. 蠹는 좀벌레를 말하는데 ‘오두’는 五賊(오적)과 같이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하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공론만 일삼는 유가와 종횡가, 무력으로 질서를 해치는 유객, 권문귀족, 그리고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을 포함한다.

한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군주가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잘 다스려 강력하게 하는 것은 외교에 달린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에 달려 있는데 국내에서 법치로 다스리지 않고 국외에서 지모 쓰는 것을 일삼는다면 강대해 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담에 "긴 소매 자락은 춤추기에 좋고 많은 돈은 장사하기에 좋다(鄙諺曰 長袖善舞 多錢善賈/ 비언왈 장수선무 다전선고)"는 말이 있다. 이것은 밑천이 많아야 일을 잘하기가 쉬움을 말한 것이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강대하면 계책을 세우기가 쉽고, 나라가 약하고 어지러우면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이다’고 덧붙인다. 鄙는 더러울 비, 鄙諺은 품위가 매우 낮은 말이나 속담을 뜻한다.

이런 정치적 측면은 줄었지만 同價紅裳(동가홍상)이란 말과 같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능력과 함께 물질적인 것이 갖춰져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뜻으로 넓혀졌다. 그렇더라도 요즘은 소매가 긴 집안이 너무 길고, 대대로 긴 것이 탈이다. 부모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로 젊은이들이 나눠진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損富益貧(손부익빈)에서 언급한대로‘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라졌다고 자조한다. 젊은이들에 긴 소매를 달아 줄 묘책은 없는가.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