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서과피지西瓜皮舐 - 수박 겉 핥기,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건드리다.

서과피지西瓜皮舐 - 수박 겉 핥기,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건드리다.

서과피지(西瓜皮舐) - 수박 겉 핥기,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건드리다.

서녘 서(襾/0) 외 과(瓜/0) 가죽 피(皮/0) 핥을 지(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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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인기 있는 과일 수박은 재배 역사가 오래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가꿔져 왔고, 우리나라에선 조선 燕山君(연산군)때 기록이 있어 그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름도 西瓜(서과), 水瓜(수과), 寒瓜(한과), 時瓜(시과)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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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박은 껍질이 두꺼워 벗기고 먹어야 하는데 겉만 핥고서는(皮舐) 맛을 알 수 없다. ‘수박 겉 핥기’란 속담과 같은 이 말은 사물의 속 내용은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일을 비유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거나 일을 차근차근 하지 않고 건성으로 하는 것을 꾸짖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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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旬五志(순오지) 외에 正祖(정조) 때의 실학자 丁若鏞(정약용)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 纂은 모을 찬)’도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말이다. 표지 이름이 埜言(야언, 埜는 들 야)인 이 책은 모두 241수의 속담을 한자 8자로 표현하고 그 아래 한문으로 뜻을 적어 놓아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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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겉을 핥는 것은 속의 좋은 맛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고 알려 한다면 옳지 못하다(西瓜外舐 不識內美 言人不可以外貌知也(서과외지 불식내미 언인불가이외모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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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교훈의 속담과 성어는 이외에도 숱하다. ‘개 약과 먹듯 한다’는 개가 약과의 참맛을 알 수 없으니 如狗食藥果(여구식약과)라 한다. ‘후추를 통째로 삼킨다’란 말도 내용은 모르고 겉만 취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약간 어려운 囫圇呑棗(홀륜탄조)라 했다. 囫은 온전할 홀, 圇은 완전할 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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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를 통째로 삼켜 역시 자세히 분석하지도 않고 받아들임을 꼬집었다. ‘봉사 단청 구경’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 아름다운 그림이나 무늬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물의 참된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盲玩丹靑(맹완단청)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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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닦지 않고 별로 든 것이 없는 사람이 앞에 나서 떠벌리면 되는 것이 없다. 바로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瓦釜雷鳴(와부뇌명)도 같다. 모든 것을 안다고 우쭐대던 사람이 자리를 잡고 막상 일을 맡고서는 하는 일마다 서투르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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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닌 사람이 정책을 펴다 일이 꼬이니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光而不耀(광이불요)라고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맛도 모르면서 수박 겉만 핥는 일이 너무 잦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