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목요일

걸레 / 노자규

걸레 / 노자규

걸레 / 노자규

빨아도 빨아도 시커먼 넌 걸레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하지만

다 닳을 때가지 더러운 것을 딱아주는

너의 착함은 어디서 오는지

걸레는 버려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해 내 쓰임을 다하는

너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더러운 곳 닦고 나면

내 몸에 혹 더러움 묻을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겨쳐지는 너

그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더물다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딱아주기가 그리 쉬운가

더러운 것을 딱아주니 걸레는

참으로 착하다

남과 싸울때

"걸레 같은 자식"이라 욕하지 마라

넌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은 있더냐

"더러운놈"하며 빈정되지 마라

너는 살면서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딱아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보이는 곳은 빤들빤들 광내놓고

너를 구석에 내팽개치는 건 “위선”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남에게 보이는 나

남과 대립된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고 산다

남과 같이 보폭을 맞추고

남과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하며

"나다움의 가치"를

잃고 사는 건 아닌지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걸레의 그런 착함”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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