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목요일

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나태를 일으켜

느린 걸음으로 들판을 나서니

살가운 햇살이 다가와 안긴다

집나간 녀석이 돌아온 듯

꽤나 말랑하니 유들해졌다

그래서 기다리는 일은

마음안에 꽃 한 송이 키우는 일인가보다

이제 겨울나무의 살결에는 새살이 돋으려

자꾸 간지러워 지는데

뭍에 있는 모든 것들은 비밀의 문이 열린 듯

숨겨둔 이야기를

조그만 연두빛 혀가

속살거린다

살다가 다시 만나지는 사람이 있듯이

돌아온 봄 볕이 그렇고,

바람이 그렇다...

스스로 피어나는 대견한 것들 사이

내 딸아이 햇 얼굴 씻어 놓은 듯

아직은 도도한 바람에도 말갛게 웃는

봄까치가 닮은 듯 신성스러운데

절대 고독의 지경을 넘은

상냥한 봄이 아직은 왜소하지만

초록으로 파도치는

봄 바다에 멀미를 일으킬 날이

멀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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