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게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닭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