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시인과 자작나무 / 박수성

시인과 자작나무 / 박수성

시인과 자작나무 / 박수성

숲은

점박이 달마시안 다리로

성큼성큼 스스럼없이 다가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시인의 몸과 마음을 구석구석

킁킁거리며 냄새 맡습니다

숲은

파란 잎에서 노란 단풍으로

눈 소복 쌓인 하얀 세상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 알려주듯

소곤거리는 하늘빛으로

모든 것을 펼쳐 보였습니다

나이테 검은 점 늘어가며

관조하는 자작나무처럼

살갑고 너그럽게 살겠노라

숲은 더 이상 언제 어디로

떠날 것인지 묻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