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눈물 한방울

눈물 한방울

눈물 한방울

암 투병 중인 노(老)학자가

마루에 쪼그려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 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겁고 미련한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야 너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냐.”

햇볕 내리쬐던 가을날,

노인은 집 뜨락에 날아든 참새를 보았다.

어릴 적 동네 개구쟁이들과

쇠꼬챙이로 꿰어 구워 먹던 참새였다.

이 작은 생명을,

한 폭의 ‘날아다니는 수묵화’와도 같은

저 어여쁜 새를 뜨거운 불에 구워 먹었다니···.

종종걸음 치는 새를 눈길로 좇던 노인은

종이에 연필로 참새를 그렸다.

그리고 썼다.

‘시든 잔디밭, 날아든 참새를 보고, 눈물 한방울.’

마지막 수술을 하고 병상에 누웠을 때

"

이어령은 작은 스케치북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

참새 한 마리를 보고, 발톱을 깎다가,

코 푼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다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진 소회를

짧은 글로 적고 간혹 그림도 그렸다.

-췌장암 투병 중인 이어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