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 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색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때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