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4일 화요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 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색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때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