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작은 꿈 하나 / 이은심

작은 꿈 하나 / 이은심

작은 꿈 하나 / 이은심

흰 빨래처럼 살겠습니다

날마다 비누의 독한 눈물 속에

한 채의 신전을 세우고

서늘한 물소리에

몸 닦으며 살겠습니다

눈부신 풍장의 누구네 집 마당

따스한 가슴과 가슴 사이

팽팽한 줄 하나 걸고

때 묻은 골격

그 앙상한 그리움을

바람결에 펄럭여도 보겠습니다

얼룩 한 점 없이

그저 그렇게 맑은 날

하늘빛에 정분이 나면

찬 물을 뒤집어 쓴 내 혼魂이

곤고한 지평선을

달리는 줄 알겠습니다

더러는 빈부와 귀천을

한 나절 햇살에

감사히 말리겠습니다

지우고 다시 꽃 피우는 죄의

저 현란한 은유에 소스라치며

한 생애 가득 뉘우침이 많은

흰 빨래로 살겠습니다.

♨ 좋은글 더보기 : i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