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엄마 꽃밭 / 한재선 

엄마 꽃밭 / 한재선 

엄마 꽃밭 / 한재선\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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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엄마의 호미로부터 왔다\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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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던 엄마\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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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홀연히 떠난

아무도 없는 빈집

듬성듬성 풀섶 사이마다

채송화 맨드라미 백일홍 봉숭아

해맑은 미소로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듯

옹기종기 피어있다\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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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백이 고여있는

장독대와 안마당을

환하게 밝히던 꽃들의 기억일까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을 하고서

발등에 소복이 쌓인 붉은 눈물

햇살의 문장을 뒤적이고 있다\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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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발걸음 소리에

잃어버린 웃음소리 묻어올까

지난 장맛비에 쓰러졌던 상처

뭉툭한 꽃대에 달고

마당귀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