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일 월요일

마음으로 드릴게요

마음으로 드릴게요

마음으로 드릴게요

아무것도 가지지 말고

가벼운 걸음으로 오세요.

무거운 마음을 둘 곳이 없다면

가지고 오셔도 좋습니다.

값비싼 차는 없지만 인생처럼 쓰디쓴

그러나 그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향기로운 커피를 드리겠어요.

어쩌면 숭늉 같은 커피일지도 모릅니다.

탈 줄도 모르는 커피지만

마음으로 타기에 맛이 없어도

향기만은 으뜸이랍니다.

허름한 차림으로 오셔도 좋아요.

어차피 인생이란 산뜻한 양복처럼

세련된 생활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벙거지에 다 해어진 옷이라 해도

그대가 마실 커피는 있답니다.

나는 그대의 피로를 풀어 줄

향기 있는 커피만 타 드리겠어요.

맛있는 커피나 차가 생각 나시면

언제든지 오셔도 좋습니다.

오셔서 맛없다고

향기만 맡고 가셔도 좋고요.

돈은 받지 않는답니다^^

그렇다고 공짜는 아니에요.

그대의 무거운 마음의 빚을

내게 놓고 가세요.

내려놓기 힘드시거든

울고 가셔도 좋습니다.

삶이 힘드시거든 언제든 오세요.

맛이 없더라도

향기 있는 커피를 타 드리지요.

마시기 힘드시거든 마음으로 드세요.

나도 마음으로 커피를 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아무 때나 힘이 들거나,

슬프거나, 즐겁거나,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얘기가 하고 싶거든

그냥 빈 마음 빈손으로 오세요.

-윤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