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6일 일요일

다시 피는 꽃 

다시 피는 꽃 

다시 피는 꽃\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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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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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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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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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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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xa0

\xa0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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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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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xa0

\xa0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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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뿌리 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 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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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