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내게로 왔다

내게로 왔다

내게로 왔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저절로 하늘이 내려준 축복처럼

그가 내게로 왔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공전하는 지구 덕에, 어느새

어느새 내가 그대 곁에 가 있다.

이별이 무서워 아예 사랑은 시작도 않았는데

내 겁을 묶는, 그대

질기디 질긴 겁(劫)의 인연을 쥐고 있다 .

살다보면, 잃어버리는 아픔도

쉬 잊게 하는, 그저 하늘에서 나리는

첫눈 같은 축복이 있다

여린 날개 팔락이며 행복해하는 나비처럼

나를 사정없이 무모의 바다로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오늘 내게로 왔다.

-배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