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살았을 게다\xa0

\xa0

새참 내 오는 찔레 밭둑에서

아내랑 같이 고수레를 하고

사래 긴 밭 지심 멜

걱정이나 하며

그렇게 한 세상

살았을 게다\xa0

\xa0

스무사흘 새벽달이

잠긴 옹달샘

표주박으로 고이고이

떠올릴 적에

아내보다 내가 먼저

사립을 열고

샘길 이슬을

털어 냈을 게다\xa0

\xa0

먹다 남을 감 꽃

목에 걸고

풀물이 베어 돌아오는

막내딸 눈동자

나도 딸처럼

푸른 눈으로

장에 간 아내를

기다렸을 게다\xa0

\xa0

상처나면 자리 밑

흙 긁어 바르고

오줌싸면 키 씌워

소금 꾸러 보내고\xa0

\xa0

한차례 모이 주면

그만인 병아리처럼

새끼들도 그렇게

키웠을 게다\xa0

\xa0

아,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그렇게 살았을 게다\xa0

\xa0

-박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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